북미시장 겨냥 다국적기업 공장 150여곳 즐비

미국 텍사스주 남단의 맥알렌시에서 리오그란데강을 건너자 풍경이 사뭇 달라진다.

좁은 도로가 미국을 벗어났음을 느끼게 하지만 도시의 화려함은 맥알렌보다 오히려 더하다.

바로 중남미 최고 산업도시로 각광받고 있는 멕시코 레이노사시다.

시내를 지나 10분쯤 달렸을까.

엄청난 공장지대에 입이 딱 벌어진다.

LG전자를 비롯 노키아 파나소닉 코닝 델파이 마쓰시타 등 세계 내로라하는 기업의 공장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델파이에서 고용한 현지 직원만 6941명.LG전자도 2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크고 작은 외국 공장이 150개.줄잡아 15만여명이 외국 공장에서 일한다.

사람을 구하지 못해 10시간 떨어진 농촌에서 사람을 모셔와야 할 처지다.

멕시코 다른 지역과 달리 공단 전체의 이직률이 심한 것도 얼마든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서다.

공단 내에 위치한 LG전자 TV공장.경비가 'LG'라고 크게 인사하는 공장 안에 들어서니 현지 직원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얼핏 보아 모두가 숙련공이다.

플라즈마 모듈 라인에서 일하는 샌드라 페레스씨(여·27)는 "다양한 인센티브 덕분에 공단 내에서 이직률이 가장 낮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이들의 손을 거쳐 플라즈마 TV가 15초에 한 대(1년에 120만대)씩 만들어진다.

레이노사는 멕시코 산업의 중추로 일컬어지는 마킬라도라(보세가공지역)의 일부다.

1965년 보세가공지역으로 지정된 뒤 목화밭에 불과했던 국경 촌락이 인구 80만명의 최대 산업도시로 발돋움했다.

"레이노사가 마킬라도라의 덕을 보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성장의 동력은 1994년 체결된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라는 게 지역상공회의소 엔리케 카스트로 회장의 설명이다.

실제 그렇다.

나프타 체결 이후 북미시장을 겨냥한 다국적 기업이 몰려들면서 레이노사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면제되는 데다 미국과 인접해 있어 물류비도 훨씬 절약된다.

미국에 비해선 인건비도 엄청 싸다.

그러다보니 작년에만 33개 공장이 새로 착공됐다.

최근 10년 동안 고용은 두 배로 불어났다.

레이노사에서 2시간 남쪽으로 달리니 몬테레이시가 나온다.

멕시코 제3의 도시다.

레이노사가 나프타 체결 이전부터 공단으로 육성됐다면 몬테레이는 나프타로 인해 공업도시로 변신 중이다.

1997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핌사공단에도 세계적인 기업이 밀집해 있다.

북미 및 중남미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LG전자 냉장고 공장을 비롯해 GE 덴소 파이어니어 월풀 파나소닉 바스프 등이 자리잡고 있다.

LG전자 법인장인 박영일 상무는 "나프타 덕분에 수출품 관세가 없어져 레이노사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데다 대도시이기 때문에 뛰어난 인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LG전자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고메즈 이스라엘씨(29)는 "나프타 덕분에 LG 같은 좋은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며 "나프타는 이 지역에서만큼은 효과 만점"이라고 단언한다.

실제 몬테레이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2000달러로 멕시코 전체의 7000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다.

멕시코는 1994년 미국 캐나다와 함께 나프타를 체결했다.

우려가 상당했지만 수치로 나타난 결과는 정반대였다.

대미 무역수지는 1993년만 해도 34억달러 적자였지만 이듬해 흑자로 돌아서 2005년엔 64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총 1631억달러에 달한다.

레이노사·몬테레이(멕시코)=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