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 말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효력이 2010년 12월까지 연장될 전망이다.

금융업계는 기촉법이 부활하면 팬택 등 채권 금융기관 자율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대기업의 회생 노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채권금융기관 자율성 강화..9월말 부활 전망 =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지난 24일과 26일 각각 금융소위와 본회의를 열어 기촉법 효력 연장을 위한 기촉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제정안이 다음달 국회 법사위원회를 통과한 뒤 6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하면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개정된 기촉법이 9월말부터 2010년 12월까지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제정안은 거래기업의 신용위험을 주기적으로 평가토록 한 규정을 은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후관리로 대체해 채권은행이 자율적으로 상시위험을 평가토록 했으며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 체결 전에도 부실징후기업에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 경영권 행사가능 지분(총발행주식의 50%+1주)을 초과하는 출자전환주식에 대해서는 기촉법을 따른다는 확약서를 받지 않더라도 협의회 의결로 매각 가능토록 했으며 기업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로는 2년내 출자전환주식을 매각토록 강제하는 조항을 삽입했다.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이 발의한 기촉법 개정안 가운데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채권행사를 유예토록 통보받은 채권금융기관은 협의회 소집일까지 채권행사를 유예해야 한다'는 부분은 지나친 재산권 행사 제한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배제하고 `금융감독원장이 채권행사를 유예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는 기존 기촉법 조항을 유지했다.

◇ 기촉법 공백으로 VK 등 법정관리행 = 2001년 9월 시행된 이후 작년말까지 부실징후기업의 구조조정 성공률이 66%에 달하고 있고 채권금융기관의 회수율은 118.3%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기촉법의 효과는 컸지만 2005년말 시한이 만료된 이후 일부조항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 등으로 시한이 연장되지 않았다.

그동안 채권금융기관들은 현대LCD와 VK, 비오이하이디스 등 부실징후 대기업에 대해 강제력 없는 개별 협의 방식의 구조조정을 추진했지만 공동관리 절차에 대한 합의 실패로 결국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는 자구책으로 지난달 말부터 자율적인 기업구조조정협약을 가동했지만 금융기관의 가입률이 66.9%에 불과해 비협약채권자들이 채권회수를 시도할 경우 기업의 유동성 악화와 협약 가입 기관의 일방적 손실 부담 등으로 구조조정 작업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2002년 6월 소송을 제기했던 외환은행과 현대건설 등이 작년 11월 소를 취하하면서 서울고등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취소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로 종결 처리됨에 따라 국회의 기촉법 개정안 심의가 가능해졌다.

◇ 신속하고 효과적인 구조조정 기대 = 금융업계는 법적 강제력이 있는 기촉법이 부활하면 금융기관 차입금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의 구조조정 시스템 공백상태가 해소돼 신속하고 효율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채권단 100% 합의를 통해 가까스로 워크아웃에 돌입한 팬택이 향후 기촉법 체제로 들어올 경우 일부 채권단의 중도 이탈을 방지할 수 있어 영업력을 유지한 채 안정적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또 펀드 운영과 관련해 법정 소송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기업구조조정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자산운용사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으며 다른 기관이 이탈할 것을 우려해 먼저 협약을 탈퇴하는 `죄수의 딜레마' 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법정관리 하에서 13~19개월이 걸리는 경영정상화계획 확정이 4개월 이내로 단축될 수 있어 평균 4~5년 이내에 구조조정을 끝낼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2003년 9월말부터 기촉법 하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한 SK네트웍스는 지난 19일 3년6개월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으며 하이닉스반도체와 대우건설도 3년6개월과 4년4개월만에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특히 기촉법은 법원의 인가를 받지 않고도 액면미달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점 등 특례 적용이 강점이다.

특례를 적용받으면 은행과 보험사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사전 승인 없이도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15%를 초과해 취득할 수 있으며 은행과 종금사는 자기자본의 각각 60%와 100% 이상 유가증권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 이명훈 사무국장은 "감자 후 출자전환을 하면 주채권은행의 지분이 쉽게 15%를 넘지만 기촉법 특례조항을 적용받으면 일일이 법적 승인을 받지 않고도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며 "팬택을 겨냥해 기촉법 개정이 추진되는 것은 아니지만 팬택이 향후 기촉법에 들어오면 미래의 불확실성 제거로 채권단과 기업 모두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고용유지와 국민경제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