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2.13 합의 이행을 고대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6자회담 당사국들의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뒤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지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시간이 여전히 있다"고 전제한뒤 그러나 "우리의 인내는 무한하지 않으며 그가 곧 전향적으로 움직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우선적으로 추구해왔으며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도 6자회담 당사국들과 함께 북한 지도자에게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게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해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과거보다 부드러워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현재의 대북 정책은 기존 입장의 변화가 아니라 북한 지도자에게 올바른 선택을 가능하게 해주는 "현명한 외교"라고 답변했다.

부시 대통령은 2.13합의 이행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와 관련 "북한이 합의를 지키도록 하는 길에 굴곡이 있으며 북한을 위해 금융문제를 분명하게 해소하려 한다"면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북한에 의무 불이행의 구실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북한에 얼마 동안 시간을 줄 지는 6자회담 당사국들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문제라며 "오늘 회담은 최선을 바라지만 최악에 대비한 계획"이었다며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우리가 처음에 가한 것보다 분명히 더 큰 압박을 가하도록 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만일 2.13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이며 6자회담 당사국들은 대북 제재를 비롯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틀을 갖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다짐하면서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물론 대화가 필요하지만 여기에는 압력도 필요하다는데 부시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 했고 이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북 압박을 강화한다는데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또 납북자 문제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납북자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했다"면서 "6자회담은 물론 납북자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실망스럽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두 문제의 진전을 이루도록 적극 협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납북자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인권차원에서 다룰 것이라고 화답했다.

아베 총리는 2차대전 당시 종군위안부 문제와 관련,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위안부들에게 가슴속 깊은 연민의 정을 갖고 있다"면서 "일본 총리로서 사과를 표명한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사과의 내용을 담지 않아 이를 일본 총리의 공식사과로 받아들일 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이어 "20세기엔 세계 많은 곳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면서 "21세기는 인권침해가 없는 세기가 돼야 하며 나 자신은 물론 일본은 이를 위해 상당한 기여를 하길 바라며 이런 생각을 부시 대통령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는 후회스런 세계 역사의 장"이라면서 "나는 아베 총리의 사과를 인정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김병수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