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 국내지점에 대한 단기외화차입 규제의 후폭풍이 전날 콜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데 이어 27일에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급등시키는 등 단기자금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외화차입규제 후폭풍의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 기업의 운영자금 조달시장에까지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3개월물 CD금리가 연 5%로 치솟는가 하면 1~2일짜리 기업어음(CP)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일부 기업들까지 곤란을 겪었다.

시장에선 "한은이 RP(환매조건부채권매매) 지원을 통해 숨통을 터줘야 한다"며 한은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콜금리 급등은 자금 사정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일시적 시장 마찰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관망세를 보여 사태 전개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콜금리 왜 뛰나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대한 정부의 단기외화차입 자제 요청과 한국은행의 '유동성 조이기'가 계속되면서 콜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단기자금시장의 불안 요인을 선제적으로 괸리하고 환율 하락 압력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정부는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경고'했지만 그 여파는 정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강도로 자금시장을 덮치고 있다.

외은 지점들은 그동안 콜시장에서 다소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본점에서 외화를 빌려 통화스와프시장에서 원화로 바꿔왔다.

그러나 정부 규제로 외화차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외은 지점들이 콜시장에 뛰어들면서 은행권의 자금 확보 경쟁이 촉발됐다.

투신사의 한 관계자는 "한 시중은행이 외국계은행보다 0.01%포인트 금리를 더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해왔다"며 "시중은행들이 콜자금을 가져가 버리니 외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금리 불문하고 돈을 빌리겠다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상향 조정 이후 국내 은행들의 자금 사정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콜 차입을 통해 필요자금을 조달해 왔는데,외은 지점들이 갑자기 뛰어들자 경쟁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콜금리는 한은의 목표관리치(연 4.5%)를 훨씬 벗어난 5%를 넘어서는 등 혼란상태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외은 지점들의 단기외화 차입에 대해 직접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는 통화 당국이 '유동성 조이기'라는 간접적인 수단을 통해 외은 지점을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채권금리 급등하나

콜 등 단기자금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채권시장도 불안한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에 비해 0.01%포인트 오른 연 5.04%로 장을 마쳤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각각 0.01%포인트 올라 연 5.03%,5.13%가 됐다.

이날 채권 금리는 단기자금시장 경색에 대한 우려 속에 장 초반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그동안 본점에서 외화를 빌려 국내 채권 등에 투자했던 외은 지점들의 채권 매수여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일부 현금이 급해진 곳에서는 채권을 대거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후 들어 산업생산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오면서 금리 오름세가 다소 둔화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단기자금시장과 채권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한은이 RP 지원에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한다.

유동성 흡수의 필요성은 있지만 지금과 같은 충격적인 방법은 시장의 혼란만 가져온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시중의 자금사정이 결코 나쁜 상황이 아니다"며 "지금의 자금시장 마찰은 시간이 지나면 시장 참여자 간의 자율적인 협의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