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방향을 잃고 '갈 지(之)자'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각종 실물 지표가 한두 달 새 오락가락하며 뚜렷한 경기 회복의 흐름을 보여주지 못했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및 1분기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3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잠재성장률(4% 중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전달인 지난 2월에 비해서는 0.4% 줄었고 1분기 전체로는 전년 동기대비 4.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산업생산만을 놓고 보면 경기는 나빠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소매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는 등 내수경기는 뚜렷한 회복조짐을 보였다. 지난 1~3월 국내 소비재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늘어 2002년 2분기(7.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분기 생산출하액 중 수출 부문은 증가율이 한자리 수(6.7%)로 내려앉아 지난해 연평균 증가율(11.9%)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내수 출하액은 2.5% 증가해 지난해 4분기(2.2%) 이후 회복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고 건설수주액도 크게 늘었다. 3월 설비투자는 전달에 비해 16.3% 증가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4% 늘었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3월 한 달 동안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늘었다.

현재의 경기상태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4로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동행지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두 달 연속 하락하다가 2월에는 0.1포인트 올랐으나 이번에 다시 하락,아직까지는 경기가 혼조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보합세로 나타나 향후 경기예측을 더욱 어렵게 했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산업생산이 몇 달째 정체 상태에 머무르는 등 여전히 경기가 하강 국면에서 완전히 탈출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내수 중심으로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고 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어 하반기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경기가 소비와 투자,내수와 수출 어느 분야에서도 뚜렷한 동력을 찾지 못하고 횡보하고 있는 국면"이라며 "2분기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하반기 경기 회복세는 다소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