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와인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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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킬 빌'을 보면 킬러 훈련과정에 '와인 감별'이 들어 있다. 잔에 담긴 와인을 한 모금 맛보곤 몇 년에 어디서 만들어진 무슨 와인인지 척 알아맞히는 것이다. 화면 속 상대방은 깜짝 놀라 그를 다시 보거니와 관객 역시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리곤 막연히 꿈꾼다. '나도 한번 저래 봤으면. 어떻게 하면 되나.'
영화 속 서양부자들은 또 으레 자기집 와인창고에 유명 와인을 잔뜩 쌓아놓고 '폼'을 잡는다. 영상물의 영향인지 글로벌화에 따른 반주(飯酒)의 변화 때문인지 국내에도 와인이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비즈니스 모임은 물론 일반 회식이나 사적인 만남에서도 소주나 양주 대신 포도주를 마시는 일이 잦다.
문제는 와인의 종류다. 국산도 있지만 대부분 프랑스 칠레 미국 이탈리아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수입되는 만큼 이름도 가지각색이고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상표를 정확히 알고 마셔본 사람은 적으니 고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와인은 뭘로 할까요"라는 물음에 "뭐가 좋은가"식으로 우물쭈물하다 웨이터가 추천하는 것으로 낙착을 보기 십상이다.
값도 모른 채 주문하는 일도 다반사다. 와인 이름도 건성으로 듣는다. 아는 만큼 들리는 건데 모르는 탓이다. 시음을 권하곤 어떠냐고 묻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다. 서양화가 이우환씨가 어느 호텔에서 시음 후 두 번이나 내쳤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뚜껑을 딴 와인을 물리는 사람을 직접 보진 못했다.
수요는 공급을 낳는 법. 와인 설명회가 급증하더니 와인을 제재로 한 만화책(신의 물방울)까지 나왔다. 이름별로 맛은 어떻고 가격은 얼마라는 '족보'가 있다 해도 외우기 간단하지 않을 터. 삼성경제연구소 조사 결과 최고경영자 84%가 와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바쁜데 복잡한 와인 이름까지 알아야 하니 죽을 맛이겠지만 꼭 필요하다면 어쩌랴. 괜찮은 가격의 좋은 와인 몇 가지는 기억해야지. CNN머니의 '부자 되기 50수칙'을 명심하면서. '와인 한 병에 20달러 이상 쓰지 말라. 비싸지 않아도 세계 최고 수준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비싼 와인 찾는 친구와 사귀지 말라.'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영화 속 서양부자들은 또 으레 자기집 와인창고에 유명 와인을 잔뜩 쌓아놓고 '폼'을 잡는다. 영상물의 영향인지 글로벌화에 따른 반주(飯酒)의 변화 때문인지 국내에도 와인이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비즈니스 모임은 물론 일반 회식이나 사적인 만남에서도 소주나 양주 대신 포도주를 마시는 일이 잦다.
문제는 와인의 종류다. 국산도 있지만 대부분 프랑스 칠레 미국 이탈리아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수입되는 만큼 이름도 가지각색이고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상표를 정확히 알고 마셔본 사람은 적으니 고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와인은 뭘로 할까요"라는 물음에 "뭐가 좋은가"식으로 우물쭈물하다 웨이터가 추천하는 것으로 낙착을 보기 십상이다.
값도 모른 채 주문하는 일도 다반사다. 와인 이름도 건성으로 듣는다. 아는 만큼 들리는 건데 모르는 탓이다. 시음을 권하곤 어떠냐고 묻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다. 서양화가 이우환씨가 어느 호텔에서 시음 후 두 번이나 내쳤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뚜껑을 딴 와인을 물리는 사람을 직접 보진 못했다.
수요는 공급을 낳는 법. 와인 설명회가 급증하더니 와인을 제재로 한 만화책(신의 물방울)까지 나왔다. 이름별로 맛은 어떻고 가격은 얼마라는 '족보'가 있다 해도 외우기 간단하지 않을 터. 삼성경제연구소 조사 결과 최고경영자 84%가 와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바쁜데 복잡한 와인 이름까지 알아야 하니 죽을 맛이겠지만 꼭 필요하다면 어쩌랴. 괜찮은 가격의 좋은 와인 몇 가지는 기억해야지. CNN머니의 '부자 되기 50수칙'을 명심하면서. '와인 한 병에 20달러 이상 쓰지 말라. 비싸지 않아도 세계 최고 수준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비싼 와인 찾는 친구와 사귀지 말라.'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