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잉광린,구커웨이 왕 푸우(歡迎光臨,顧客爲王服務:어서오세요,고객을 왕처럼 모시겠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대형 화장품 매장 입구.점원의 유창한 중국어에 지나가던 중국인 관광객 10여명이 매장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중국어로 잘 정리된 화장품 취급 설명서를 읽어본 중국인 관광객들은 한 사람당 4∼5개의 화장품을 집어들고는 위안화로 계산을 했다.

아내와 함께 3박4일짜리 여행사 관광상품으로 한국을 방문한 랴오정쥔씨(37)는 "2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위안화를 받지 않는 가게가 많아 달러나 원화로 환전해야 했지만 이제는 위안화를 직접 받는 곳이 많아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강남을 찾는 손 큰 중국인이 늘면서 강북 주요 상권에서는 중국어 전담 직원을 채용하는 매장이 속속 늘어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바빠졌다.

지난 2월 문을 연 명동의 화장품·잡화가게 '토니몰리'는 이달 들어 조선족 출신 여자사원을 뽑았다.

15평 규모의 작은 매장에 하루 평균 50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어서다.

김윤정 토니몰리 명동점 매니저는 "웬만한 중국어 실력이 아니면 중국 손님이 원하는 상품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다"며 "조선족 여직원을 뽑고 난 후 중국 손님들의 구매가 훨씬 늘었다"고 만족해 했다.

서울 동대문시장 주변의 쇼핑몰.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저녁 시간임에도 30명가량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쇼핑몰로 향하고 있었다.

이들이 찾고 있는 제품은 아직 중국에 들어오지 않은 최신 유행복과 잡화 제품들이다.

1년에 한두 번은 동대문시장 주변 쇼핑몰을 찾는다는 왕란씨(여·25)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최신 의류뿐 아니라 일본에서 유행 중인 옷들도 나와 있어 중국 젊은 층에서 꼭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 중 하나로 소문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곳곳에 있는 아울렛 타운을 찾는 중국인 쇼핑객들도 늘고 있다.

철 지난 의류와 이월 상품을 최고 50%가량 싸게 살 수 있는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거리의 아울렛매장은 20대 초·중반의 젊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이날 중국인 관광객을 인솔하던 벽신관광의 박찬형 안내원은 "오늘 안내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상하이에서 온 관광객들로 중산층에 속하는 이들"이라며 "액세서리,고가 가방 등 100만원 이상 물건을 산 큰손들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