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재·보선' 참패에 따른 후폭풍이 한나라당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26일 열린 최고위원 회의와 의원 총회에선 지도부 총사퇴 문제,당의 진로를 둘러싼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또 임명직 당직자들에 이어 강창희 전여옥 등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이날 잇따라 사퇴했다.

강재섭 대표는 퇴진 여부,수습책 등을 놓고 숙고에 들어갔으며 내주 초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당 해체론 제기도

강 대표는 의원 총회에서 "국민들이 때린 사랑의 매를 억울해 하거나 왜 맞았는지 모른다면 (한나라당은) 불량아가 될 것"이라며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단합해 정권 교체의 길로 새출발하자"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발언에 나선 수십명의 의원 중 상당수는 "이대로는 안 된다.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며 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비상대책위 구성이나 임시 전당대회 개최 등이 거론됐다.

대선주자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반면 지도부가 책임은 져야 하나,물러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남경필 의원은 "재·보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대선 주자에 있다.

경선에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대선주자들은 국민에게 무릎을 꿇어야 한다.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사퇴한 후 비대위를 구성해 전당대회까지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희정 의원은 "다른 분이 와서 지도부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가세했다.

심재철 의원도 지도부 사퇴에 동조했다.

그러나 박진 의원은 "당의 공백 상태가 계속되면 옳지 않다"며 지도부 존속을 강조했다.

심재엽 의원은 "지도부 사퇴 후 비대위 구성은 또 다른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엄호성 의원은 "인책론이 나오고 있으나 대안이 없다"며 "당을 해체한 후 다시 세력을 모으는 방법이 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의총 직후 긴급 최고위원 회의를 개최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회의 후 "의총에서 논의된 의견을 바탕으로 강 대표가 주말에 어느 것이 가장 당을 위한 것인지 심사숙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습책은 지도부 총사퇴 여부도 포함되며,내주 초에 발표될 것이라고 유 대변인은 전했다.

당 쇄신안을 발표하며 재신임을 묻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책임질 사람은 져야"


대전 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이끌었던 강창희 최고위원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는 전형적인 한나라당 대 반(反) 한나라당의 대결 구도로 치러졌고 우리는 참패하고 말았다"며 "당연히 책임질 사람은 지는 것이 공당의 도리"라고 말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책임져야 할 때 책임져야 지도자"라며 "당원과 국민 여러분의 과분한 선택을 받아 지도부라는 직책을 받았으나 이번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난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재·보선 전문당'이란 언론의 조롱 섞인 표현에도 불구하고 저는 언젠가 '대선 전문당'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일해왔다"며 "그러나 이번 재·보선 결과는 치열함과 헌신이 모자랐다"고 실토했다.

전 최고위원은 의총에선 "한나라당은 절벽에서 던져진 사자새끼가 되어 다시 올라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영식/김인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