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중공업이 지분 1%씩을 맞교환한다.

외부 세력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발생할 경우 상호 '백기사' 역할을 해주고 수요-공급 관계에 놓여 있는 조선용 후판 거래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담보로 한 것이다.

아르셀로-미탈을 비롯한 세계 주요 철강업체로부터 적대적 M&A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포스코는 농협 우리은행 등 금융기관 외에 국내 최대 조선업체를 또 하나의 우호세력으로 편입하는 셈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르면 26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76만주(총 발행 주식수의 1%)를 시가로 매입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도 금명간 포스코 자사주 87만주(총 발행주식수의 1%)를 사들이는 방안을 이사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현재 포스코의 시가총액이 34조8700억원,현대중공업은 18조62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양사는 상대방 자사주 1%씩을 사들이는 데 총 5300억원(현대중공업 3400억원,포스코 19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들이 일종의 '백기사 협약'을 맺고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경영권 방어 여건이 취약한 다른 기업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내 주요 기업의 경영권 방어 정책에 대한 논란을 재점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함으로써 이미 지분 추가 인수가 확실시되는 우리은행 농협 등과 함께 새로운 공동 방어 전선을 구축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자금력이 든든하다는 점에서 유사시에 추가로 자사주를 매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놨다.

현대중공업 역시 포스코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영권을 더욱 안정시키면서 조선용 후판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협력관계 구축은 투기 펀드를 비롯한 적대적 M&A 세력들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며 "정부도 기업들의 어려운 현실에 눈길을 돌려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용준/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