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의 위험성마저 부각되며 기아차가 연일 고꾸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외국계 증권사가 기아차를 GM대우와 비교하며 생존 전략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GM대우가 바닥에서 벗어나 조금씩 턴어라운드하고 있다"면서 "GM대우의 사례에서 성장보다는 생산성(utilisation)에 중점을 둔 전략이 더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증권사 제프 보이드 연구원은 "GM대우가 지난해 평균판매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3.5%의 양호한 영업마진을 기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면서 "기아차는 2003년 이후 원화 기준 가격이 연평균 1.7%, 달러기준 가격이 9.5%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진이 6.3%에서 0.7%로 악화됐다"고 비교했다.

고가 시장 공략으로 경쟁력을 얻을 것이란 기아차의 믿음과 달리 가격 인상은 '성배'가 아닌 '판도라의 상자'였다고 비유.

그는 GM대우가 가격이 싼 소형차에 주력하는 반면, 기아차는 가격 인상을 통해 고가 브랜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서로 상반된 전략을 채택하면서 수익성 역전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생산비용이 적게 드는 중국과 인도의 제조업체들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기아차의 가격 인상 전략은 장기적으로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이드 연구원은 비용면에서도 기아차는 브랜드 전략을 위해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아차는 자체 브랜드를 고수하고 있지만 GM대우는 폰티악, 홀든, 스즈키 등 다른 유명 브랜드를 이용하면서 수출량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경우 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정체돼 있는 반면 GM대우의 점유율은 2002년 GM이 인수할 당시 9.8%였던 것이 지난해엔 10.7%까지 높아졌다. 3월엔 12%로 더 높아진 상태.

그는 "GM대우가 턴어라운드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출하량 증가와 수율 확대"라면서 "기아차 역시 2003년 이후 출하량이 늘고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 대비 노동비 지출로 그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이 제시하고 있는 설비 계획이 매출 성장성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과도하다고 지적한 가운데 중기적으로 구조조정 효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등에 추가 공장을 세우는 전략을 심각하게 재고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 기아차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하회로 유지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