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슬로바키아ㆍ체코에 생산거점 마련
'메이드 인 유럽 자동차'로 연간 500만대 규모의 유럽 자동차 시장을 공략한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슬로바키아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체코에서도 공장 건설을 시작함에 따라 '메이드 인 유럽' 시대가 열렸다.

현대·기아차의 유럽 기지 마련은 미국 중국 인도 터키로 이어지는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의 완결을 의미한다.

이로써 유럽에서 연구개발한 차량을 현지에서 생산·판매할 수 있게 된 현대·기아차는 세계 2위의 자동차 시장인 유럽공략을 위한 중대 전환점을 맞게 됐다.

관세(10%) 장벽을 뛰어넘고 물류비용 및 제조원가를 줄일수 있게 된 만큼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최대 격전장으로 떠오른 유럽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는 데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아시아ㆍ미주ㆍ유럽 3개 대륙에 거점

이번 유럽 공장 준공과 착공으로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그려온 '글로벌 도전기'를 완성하게 됐다.

미국과 아시아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르노 등의 텃밭인 유럽 대륙에까지 현지 생산체제를 갖춰 글로벌 생산 및 판매망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으로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능력도 109만대에서 139만대로 늘어났다.

전체 생산량에서 해외생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6.7%에서 31.7%로 높아졌다.

◆비용절감,시너지 효과 기대

유럽은 유럽연합(EU) 이외의 지역에서 만들어진 자동차에 대해 10%의 수입관세를 물리고 있어 역외 수출만으로는 시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면에서 현대·기아차의 유럽 생산체제 구축은 판매 확대에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마찰의 소지를 사전에 막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업계 관계자는 "역내 산업 보호 정책에 따라 EU 내 시장 점유율이 4~5%에 도달하면 통상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유럽 점유율이 3.6%에 달했던 시점인 2001년부터 유럽공장 가동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값싼 부지와 노동력 등을 활용해 제조원가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이점도 빼놓을 수 없다.

동유럽 국가의 인건비는 서유럽의 20~25%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 체코공장이 완공되면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과의 시너지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기아차는 체코 공장이 완공되면 슬로바키아 공장과 협력업체 및 부품 공유가 가능해지고 판매 마케팅의 상호 정보교류,물류비 절감 등의 효과도 얻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0년 유럽 판매 122만대,시장점유율 5.3% 달성

현대·기아차는 유럽공장 준공 및 착공을 계기로 현지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올해 10만5000대,내년부터는 연간 15만대의 씨드를 유럽 전역에 판매할 예정이다.

현대차도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생산하는 유럽형 전략차종 i30(코드명 FD)을 수출하고 2009년부터는 체코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에 나선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전체 유럽 판매 목표도 지난해 71만대(현대 40만5000대,기아 30만5000대)에서 80만6000대(현대 40만8000대,기아 39만8000대)로 13.5% 늘려잡았다.

이렇게 되면 전체 수출(현지 생산분 포함)에서 유럽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4.5%에서 올해는 24.7%로 증가하게 된다.

현대차 체코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10년에는 현대차 62만대,기아차 60만대 등 총 122만대를 유럽에 판매해 시장점유율 5.3%(현대 2.7%,기아 2.6%)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질리나(슬로바키아)=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