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임신이라도 건강관리만 잘하면 OK

쌍춘년인 지난해와 황금돼지띠해인 올해를 맞아 결혼과 출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남녀 모두 결혼이 늦어지고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의학적 기준으로 35세 이상 '고령임신'도 증가해 계획적인 출산과 면밀한 산모 및 태아의 건강관리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 IMF세대의 뒤늦은 결혼 러시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까지 줄어들던 전체 혼인 건수가 2004년 상승세로 돌아서 이후 3년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33만2800쌍이 결혼해 전년 대비 5.2%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혼인 증가로 출산도 늘어날 전망이다.

여성 1명이 낳은 아기 수를 의미하는 출산율은 2000년 1.47,2002년 1.17, 2005년 1.08 등 가파르게 하락했지만 2006년엔 1.11∼1.12,2010년엔 1.15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학을 졸업한 'IMF세대'가 최근 수년 새 경제적 안정을 되찾으면서 뒤늦게 결혼을 서두른 게 주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 만혼의 그늘, 고령임신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로 출산 연령대가 늦어지고 있다.

40세 안팎에 초산이나 둘째아이 또는 늦둥이를 낳기 위해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임산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자료에 따르면 35세 이상 고령임신의 비율은 2002년 7.7%에서 2006년 20.3%로 크게 늘었다.

한정렬 관동대 의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신체적 노화로 인해 고령임신에 따른 여러 위험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며 "단적으로 정신박약과 심장기형 등을 동반하는 '다운증후군'의 발생위험률은 35세에 1000명당 4명, 40세에는 1000명당 15명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난자의 질적 저하 때문이다.

나이들어 난자를 만드는 난모세포가 변화되면 감수분열시 염색체가 분리되지 않아 21번 염색체를 2개 가진 난자가 형성되고 이 난자가 정자와 수정하면 21번 염색체가 3개가 되어 다운증후군 태아가 생긴다는 것이다.

에드워드증후군(18번 염색체 3개)이나 파타우증후군(13번 염색체 3개) 등도 고령임신에 의해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또 산모가 나이들어 당뇨병 고혈압 등의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도 원인이다.

이런 이유들로 고령임신은 산모의 합병증(당뇨병 고혈압 임신중독증 비만 등)과 비정상 출산(기형아 조기진통 조산 저체중아 태아위치바뀜 자궁내태아사망 제왕절개 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아빠의 나이 많음도 문제가 된다.

나이들수록 정자생성 기관이 노화되고 환경호르몬에 노출돼 생식기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정상 정자의 비율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다운증후군을 일으키는 21번 염색체 중 20∼30%가 아빠로부터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다.

아빠의 나이가 40세를 넘으면 태아에게 연골무형성증(난장이), 마판증후군(큰키 긴얼굴 동맥이상), 내장역위증(장기의 위치가 바뀜), 언청이, 수두증(뇌에 물이 참), 심장 또는 대혈관의 기형 등이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령임신, 산모 건강관리 잘하면 문제없어

고령임신이 무조건 위험하다는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배덕수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고령임신의 위험은 통계적으로 드러난 일반적 추이일뿐 평소 건강관리를 잘하고 임신 전과 도중에 기본검사를 충실히 받는다면 얼마든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학계도 고령임신 자체가 위험하다는 가설에 인과관계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령출산이라고 무조건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이듦에 따라 골반관절의 유연성과 골격근의 질량이 감소하긴 하지만 산모가 건강관리만 잘한다면 자연분만에 큰 문제가 없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