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부임한 홍경식 서울고등검찰청장(56·사시18회)은 법조계에서 보기 드문 '최고경영자(CEO)'형 검사다.

그는 지난해 법무부 소속 공무원들을 위한 교육기관인 법무연수원장직을 맡으면서 처음으로 부·차장 검사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든 인물.수사를 지휘하는 것과 조직을 관리하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관리자급 검사들을 위한 리더십 교육을 지난해 하반기에만 6차례 실시했다.

주로 기업체 인력의 재교육을 담당하는 ㈜크레듀가 맡아 진행한 이 교육과정은 검찰 내부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CEO를 자처하는 홍경식 고검장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임 직후 소속 계장들을 시작으로 영상녹화조사 실습교육을 적극 권유했다.

피의자 조사 시 영상녹화 방법을 활용하려면 이론이 아니라 철저한 실습을 통해 익숙해지고 훈련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 부처별로 '상시학습체계'가 도입되는 상황에서 검사 및 직원들이 각자 전문성과 교양을 높이기 위해 연간 학습계획을 짜도록 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부·차장에게 '멘토(mentor)'의 역할을 지시했다.

고검 내부에서 '깐깐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탓이다.

대검찰청 공안부장 시절 17대 총선 수사를 맡으면서 선거사범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아예 청별로 경쟁을 시켜 수사지원금을 차등지급하기도 했다.

최근 홍 고검장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업무의 시스템화.한 장의 차트로 고검의 현황과 개선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매일의 업무를 계량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검이나 지청에서 불기소나 무혐의 처분을 받아 고검으로 항고된 사건의 경우 다시 지검과 지청에 재기수사를 명령하는 비율은 어떤 추이로 변화하는지,여기서 다시 기소하는 비율은 증가하고 있는지 등을 일목요연하고 빠르게 정리하는 식이다.

홍 고검장은 "의사가 혈압이나 간 수치와 같은 지표를 보고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듯이 고검도 이런 식으로 업무를 시스템화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문혜정 기자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