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상장사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기보다는 기업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 지난해 시장에 투입한 자금이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보다 3배나 많았다.

주주 중시 경영이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상장 유지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증권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상장사들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유상증자나 기업공개,자사주 처분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5조9939억원이었다.

이에 비해 자사주 취득,현금 배당 등 상장 유지를 위해 상장사들이 시장에 투입한 자금은 19조1636억원으로 조달 규모의 3배를 넘었다.

현금 배당만 11조8400억원에 달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5조2052억원으로 시장에 투입한 자금 9207억원의 5배를 웃돌았다.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각각 2조원을 넘어 주를 이뤘다.

코스닥시장은 증시를 통한 자본 조달이라는 주식시장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써 지난해 양 시장을 합친 전체 상장사 자금 조달 규모는 11조1991억원으로 자금 투입 규모 20조843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