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의 표면을 채우고 지우는 연속 작업이야말로 현대인의 반복적인 일상의 숨결과 같아요.

화면 위의 요철은 무수한 높낮이의 우리 삶을 상징합니다.

봄이라는 계절도 새로운 요철이지요.

그래서 제 화두가 새로움입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다음 달 2~20일 개인전을 갖는 정상화씨(75)는 지난 20일 기자와 만나 "사람이든 자연이든 확장되어 나가는 모든 요소의 존재성은 끝이 없다"며 "내 작업은 일종의 자기 발견 과정으로,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보이는 새로운 것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씨는 1970년대 일본 미술계에 '단색파(모노크롬)'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한국추상미술의 1세대 작가다.

색채에서 모든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독특한 화법으로 바탕의 질감을 만들어 내 주목받았다.

그는 "일본에서 같이 활동한 후배 이우환씨(71)의 작업이 숨을 참고 순간에 쏟아내는 것이라면 내 작업은 들숨날숨을 수십번 차곡차곡 눌러서 더디게 내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색은 고향 마산 바다의 색입니다.

캔버스에 청색을 채우고 다시 비우는 작업도 어린 시절 고향 앞바다의 감동을 재현해 보자는 것이구요.

그 속에 흰 빛을 불어 넣어 우리 민족의 정서까지 담아내고 싶었죠."

그는 "캔버스의 모든 것은 채워져서 비워져야 한다"며 이것이 곧 여백의 미학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정씨는 일본과 프랑스를 오가며 28년 동안 활동했으며 1996년부터 경기도 여주의 산 속에서 홀로 작업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깊이와 넓이로 전개되는 청색 작업 등 근작 4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02)734-611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