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 고점(11배)을 넘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의 변함없는 애정공세가 이어지면서 2차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한국 시장의 PER는 11.1배로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치는 2002년 3월20일 10.87배였다.

PER는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 수준에서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각국의 경제사정이나 기업 성장도,이익신장률 등에 따라 적정 수준에 차이가 있다.

한국 PER는 6~11배 수준에서 움직여 왔다.

한국 증시는 외환위기 당시 기업 이익의 감소로 인해 밸류에이션(주가수준) 증가가 이뤄진 경우는 있으나 외환위기에서 벗어나 기업이익이 안정적으로 돌아선 2000년 이후 한국 증시의 PER는 10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지희 신영증권 연구원은 "2002년과 2004년,2006년 외국인은 한국 시장의 PER가 10배 수준에 도달하면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으로 매도세로 돌아섰다"며 "주가가 떨어지며 한국 시장의 PER가 다시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주 외국인은 PER가 11배 수준을 넘어선 상태에서도 54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김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어 한국시장의 2차 재평가가 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과 북핵 위험 완화로 인한 국가신용등급 상향 및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에 따라 한국 증시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진 결과로 분석했다.

한국 증시의 PER 고점이 높아지면 국내 업종 대표기업의 PER도 높아지게 된다.

국내 업종대표주 중 신세계만 글로벌 최고 기업인 '타겟'보다 20%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을 뿐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차 SK 등은 30% 이상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더 이상 이머징마켓이 아닌 선진 증시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면 한국 대표기업들 역시 그에 합당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환 현대증권 산업분석팀장도 최근 "증시의 낮은 변동성과 채권대비 싼 주식가격을 감안할 때 미국을 선두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상향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