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삼월삼짇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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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이 지은 '삼월삼짇날'이란 시를 읽으면 봄의 흥취가 절로 나온다. "삼월이라 삼짇날에 여강위에 이르르니/복사꽃은 반만 피고 배꽃은 활짝 폈네/봉래산 아롱진 구름머리 돌려 바랐더니/내 물결은 호탕하게 돌아가는 흥 재촉하네."
우리 조상들은 삼월삼짇날을 봄을 알리는 명절이라 해서 어느 명절 못지 않게 다양한 세시풍속을 즐겼다. 진달래꽃을 뜯어다가 화전(花煎)을 부쳐먹고,녹두가루를 반죽하여 익힌 다음 꿀과 잣을 넣어서 화면(花麵)을 만들어 먹었다. 이날 장을 담그면 맛이 좋다 해서 왼새끼를 꼬아 금줄을 치기도 했다.
사내 아이들은 버들피리를 만들어 노는가 하면 여자 아이들은 각시풀을 뜯어다가 각시놀이에 해가는 줄 몰랐다. 크고 굵은 솔잎의 두 가랑이를 벌려 서로 잡아 당기는 '솔잎걸기'놀이도 그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부녀자들은 삼짇날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소담하고 아름다워진다 해서 다투어 냇가로 달려가곤 했다.
삼월춘풍 호시절(好時節)에는 나비를 빠뜨릴 수 없었는지,나비를 보며 점을 치곤 했다. 호랑나비나 노랑나비를 보면 소원이 이루어질 길조라 했고,흰나비를 보면 부모상을 당할 흉조라 여겼다. 경북지방에서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뱀을 길조라 생각했다고 한다.
신라시대부터 이어져온 삼월삼짇 행사가 올해도 전국 여러 곳에서 열린다. 특히 올해는 삼짇날이 주말이어서 행사가 푸짐한데 나비를 날리고,새총을 쏘고,활쏘기 풍속을 따와 주몽선발대회 등을 개최한다. 다채로운 꽃놀이 축제와 전통공연 행사도 눈길을 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지 않고,사회가 어수선한 탓에 '봄은 봄이로되 봄같지 않아(春來不似春)' 유감스럽긴 하다. 그렇지만 가장 한국적이라고 하는 파인 김동환 시인의 '봄이 오면'을 읊조리며 겨우내 쌓였던 심신의 묵은 때를 씻어버리면 어떨까 싶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따러 오거든/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주."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우리 조상들은 삼월삼짇날을 봄을 알리는 명절이라 해서 어느 명절 못지 않게 다양한 세시풍속을 즐겼다. 진달래꽃을 뜯어다가 화전(花煎)을 부쳐먹고,녹두가루를 반죽하여 익힌 다음 꿀과 잣을 넣어서 화면(花麵)을 만들어 먹었다. 이날 장을 담그면 맛이 좋다 해서 왼새끼를 꼬아 금줄을 치기도 했다.
사내 아이들은 버들피리를 만들어 노는가 하면 여자 아이들은 각시풀을 뜯어다가 각시놀이에 해가는 줄 몰랐다. 크고 굵은 솔잎의 두 가랑이를 벌려 서로 잡아 당기는 '솔잎걸기'놀이도 그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부녀자들은 삼짇날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소담하고 아름다워진다 해서 다투어 냇가로 달려가곤 했다.
삼월춘풍 호시절(好時節)에는 나비를 빠뜨릴 수 없었는지,나비를 보며 점을 치곤 했다. 호랑나비나 노랑나비를 보면 소원이 이루어질 길조라 했고,흰나비를 보면 부모상을 당할 흉조라 여겼다. 경북지방에서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뱀을 길조라 생각했다고 한다.
신라시대부터 이어져온 삼월삼짇 행사가 올해도 전국 여러 곳에서 열린다. 특히 올해는 삼짇날이 주말이어서 행사가 푸짐한데 나비를 날리고,새총을 쏘고,활쏘기 풍속을 따와 주몽선발대회 등을 개최한다. 다채로운 꽃놀이 축제와 전통공연 행사도 눈길을 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지 않고,사회가 어수선한 탓에 '봄은 봄이로되 봄같지 않아(春來不似春)' 유감스럽긴 하다. 그렇지만 가장 한국적이라고 하는 파인 김동환 시인의 '봄이 오면'을 읊조리며 겨우내 쌓였던 심신의 묵은 때를 씻어버리면 어떨까 싶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따러 오거든/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주."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