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 중·장년층 남성이 몰리고 있다.

주부 관객이 대부분이던 낮 공연뿐만 아니라 20~30대 직장인 대상 뮤지컬까지 전 장르에 걸쳐 '40~50 아저씨'들의 객석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1970~80년대에 연극·음악 등 공연문화를 즐기며 성장한 이들이 물질·정신적 여유나 복고적 향수를 느끼면서 좀 더 적극적인 관람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입김이 세진 여성들이 공연장에 남편을 '끌고 오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예술의전당에서 지난 11일 개막된 연극 '시련'의 중년 남성 관객 비중은 평일 20%,주말 40%에 달한다.

최석중 연극홍보 담당은 "2004년에 공연된 같은 정통극 '갈매기'의 남성 관객 비중은 5%에 불과했다"며 "특히 올 들어 아저씨 관객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주부들을 위한 기획공연에서도 중년 남성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예술의전당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클래식 음악 연주회 '11시 콘서트'는 전체 2300석 중 500석 안팎을 40대 이상 남성들이 채울 정도다.

2004년 공연 첫해 때 200석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공연 날짜가 둘째주 목요일이어서 직장 남성들에게는 부담스런 시간이지만 '남편'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신윤진 음악공연 기획자는 "주부 고객들이 처음에는 단체관람으로 왔다가 나중에는 남편에게 월차까지 내게 해서 함께 오곤 한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공연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인기 그룹 '아바(ABBA)'의 노래를 담은 뮤지컬 '맘마미아(mamma-mia)'가 40~50대 관객을 끌어들이며 히트한 데 이어 올해 초 충무아트홀에서 개막된 뮤지컬 '올슉업(all shook up)'의 중년 남성 점유율이 40%를 훌쩍 넘어섰다.

'올슉업'의 제작사인 오디뮤지컬컴퍼니는 "맘마미아의 인기 이후 뮤지컬 제작사들도 중·장년층을 위한 작품 기획을 늘리고 있다"며 "올슉업의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가 중·장년 남성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는 5월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될 '탱고 파이어'의 티켓 예매에서도 40대 이상 남성의 비율이 11%에 이른다.

이 작품이 '포에버 탱고'라는 제목으로 2005년 무대에 올랐을 때의 중년 남성 비율은 고작 2%였다.

40대 이상 남성 관객들은 공연도 '공부'하면서 본다는 점에서 그냥 즐기는 젊은 층과 구별된다.

예술의전당이 2004년에 문을 연 미술아카데미의 수강생 20명 중 절반이 40대 이상 남성이다.

이에 따라 직장 남성을 위한 '박종호의 오페라 강좌'가 저녁반에 개설됐고,주5일제 근무자들을 위한 '깊게 보는 세계 미술반'이 주말에 편성되는 등 예술이론 관련 강좌가 꾸준히 늘고 있다.

두 반 모두 수강생의 30% 이상이 중년 남성이다.

김영랑 교육사업팀 대리는 "예전에는 낮 시간에 한가한 주부들을 대상으로 실기 중심 강좌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남성들을 감안한 이론 중심 강좌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