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치욕이다","사실상 업계의 관행이다." 증권업계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 논란이 일고 있다.

마이애셋이란 자산운용사가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사모펀드를 설정,코스닥 종목인 헬리아텍에 대한 '몰빵' 투자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 계기가 됐다.

투자자 요구대로 펀드가 설정됐고 종목 선정,매매 과정 등을 모두 투자자가 주도한 까닭에 자산운용회사로선 이름만 빌려준 사실상 OEM 펀드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게 논쟁의 핵심이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이 주가가 급등한 헬리아텍 등을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여부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간부는 "OEM 펀드가 만들어질 경우 개인 투자자금이 기관 투자자금으로 둔갑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며 "공모든 사모든 자산운용사 펀드는 간접투자,전문투자,분산투자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운용사 사장도 "전혀 검증되지 않은 개인 투자자가 기관투자가의 '명성'을 갖게 되면 시장 교란 등 적지않은 부작용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의 명예에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산운용사가 개인의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면서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남겼다는 얘기다.

물론 마이애셋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헬리아텍 투자 시 최종 종목 선정은 투자자들이 했지만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 충분히 사전 협의해 OEM 펀드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마이애셋 관계자는 "특정 종목이나 업종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달라는 대형 기관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자산운용사가 많다"며 현실적인 관행도 거론했다.

헬리아텍 거래에서 불법이 있었는지,마이애셋의 사모펀드가 OEM 펀드인지 여부는 금감원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형사들로선 한 푼이라도 수수료를 더 얻기 위해 투자자들의 요구대로 펀드를 설정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일부 '악성'개인 투자자들에게 기관이 휘둘리는 상황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이번 OEM 펀드 논란이 비슷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남국 증권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