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 등 10여개 토종벤처 2000년후 급성장 ... 外産압도

삼성전자는 1996년 양문형 대형 냉장고 '지펠'을 처음 선보였다.

당시 대형 냉장고 시장은 GE 월풀 등 외국사 제품이 100% 장악하고 있었다.

저소음·저전력 등 한국 실정에 맞게 설계된 지펠은 데뷔 2년 만인 1998년 외국 브랜드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어 LG전자의 '디오스' 등이 나오며 국산 점유율이 90%를 넘어섰고 외국산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지펠 신화'로 불리는 이런 현상이 국내 임플란트(인공치아) 시장에서 재연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까지 외국산이 판치던 이 시장에 2000년 이후 오스템임플란트 등 10여개 국내 벤처기업이 뛰어들며 현재 시장점유율을 73%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다.

치대를 졸업한 벤처 창업자들이 수입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저가격의 임플란트를 개발하고 수요자인 치과의사들에 대한 시술법 교육 등을 통해 보급을 확산시키며 이뤄낸 성과다.

토종 임플란트의 선전은 서울대 치대 출신의 최규옥 사장이 2000년에 설립,지난달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오스템임플란트가 이끌고 있다.

오스템은 1600억원대로 평가되는 국내 시장에서 43%의 점유율을 보이며 1위 업체로 등극했다.

이 회사는 21개 지점을 통한 직판 및 철저한 애프터서비스(AS)체제와 치과의사에 대한 임플란트 시술교육 등을 앞세워 올해는 작년보다 무려 74% 증가한 12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이 중 300억원은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브라질 동남아 등 12개국 현지법인을 통해 수출로 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오스템에 이어 △경희대 치대 출신의 정형민 사장이 세운 덴티움(시장점유율 11%) △경북대 치대와 전남대 치대를 각각 나온 박광범·유종호씨가 창업한 메가젠(7%) △자동포장기 전문 코스닥 업체로 임플란트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디에스아이(7%)도 임플란트 시장 역전의 주역이다.

이 같은 토종 임플란트의 선전에 따라 한때 국내 시장을 점령했던 외국산은 스위스계 노벨바이오케어,미국계 3i,독일계 덴츠플라이 및 트리논 등이 각각 6% 미만의 점유율을 보이며 명맥만 유지하는 실정이다.

외산이 이처럼 밀려난 이유는 치과에 공급하는 가격이 개당 90만~110만으로 국산의 40∼60만원 선보다 두 배가량 비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2000년 이후 국산 임플란트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면서 인공치아의 대중화 시대가 개막됐다"며 "당시엔 30% 안팎의 치과의사가 임플란트를 시술할 줄 알았지만 지금은 70%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플란트의 경우 노령인구 증가와 당분의 섭취가 느는 등 청장년층에서도 치아를 상실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시장이 매년 25% 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토종 업체들은 외산에 비해 아직도 떨어지는 인공치아 표면을 생체친화적 물질로 코팅하는 기술,일체형 임플란트를 만드는 소재가공기술 등에 대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