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부터 나흘간 평양에서 열리는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6자회담 2·13합의의 조속한 이행(履行)을 촉구하는 한편 쌀 차관과 열차시험운행 문제 등을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경추위를 열기로 한 것은 5월 이산가족 상봉과 장관급회담,6·15 및 8·15 공동행사,10월 적십자 회담 등 줄줄이 계획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쳐선 안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추위가 순로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대단히 불투명하다.

우리 측은 북한의 2·13합의 초기 이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쌀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즉각적인 지원을 요구(要求)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마지막 날인 21일까지 북한이 초기이행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 측도 식량 차관을 제공할 명분을 찾기 힘들어지는 만큼 경추위 자체가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북한이 아무리 억지를 부리더라도 쌀을 무조건 지원하는 것은 안될 일이다.

북한이 말로는 2·13합의를 지키겠다고 거듭 밝혀왔지만 이미 핵시설 폐쇄 시한(14일)을 넘겼을 뿐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도 초청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영변에서 특이한 활동이 포착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그것이 핵시설 폐쇄를 위한 준비작업인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동결조치를 풀었는데도 북한은 예치된 2500만달러의 자금을 인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BDA자금 동결 해제는 북한이 2·13합의 이행의 전제조건으로 내걸 정도로 집착했던 사안이고 보면 도무지 속내를 짐작하기 힘들다.

또다시 시간 벌기 전술을 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합의이행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다.

따라서 북한은 조속히 가시적 조치를 취해 이런 불신과 의구심을 털어내야 할 것이다.

정부도 단호(斷乎)한 대응 자세가 필요하다.

초기 이행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한 쌀 중유 등의 물자 지원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북한이 입버릇처럼 강조해오던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이번엔 우리 정부가 철저히 지켜나가야 한다.

북한의 지연전술에 또다시 속절없이 당하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