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밀이 샌다] 벤처사장의 다급한 전화 "기술담당 임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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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1일 밤 12시께 국가정보원 직원 O씨는 알고 지내던 벤처기업 I사 김모 사장의 전화를 받았다.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임원(J모 이사)이 개인 컴퓨터를 다운시킨 뒤 사흘째 출근하지 않네요.
연봉 협상 중이어서 시위를 하는가 보다 했는데 아닌가 봐요. 뭔가 이상합니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다음 날 국정원 직원들은 I사를 방문,J이사의 컴퓨터에서 상당량의 자료를 복제한 뒤 삭제한 흔적을 발견했다.
동료 직원들로부터는 "'중국으로 간다'는 말을 들었다"는 단서를 입수했다.
공항에 문의한 결과 J이사가 다음 날 아침 출국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때가 오후 4시.영장이 문제였다.
다행히 오후 10시께 검찰로부터 긴급 체포영장이 떨어졌다.
수사관들은 다음 날 새벽 J이사의 집으로 가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그는 이미 공항으로 떠난 뒤였다.
J이사는 결국 오전 8시30분께 수사관들에 의해 공항 탑승장에서 체포됐다.
신고 접수 34시간여 만이었다.
J이사는 김 사장과 10여년간 동고동락하며 전투기나 전동차 등의 내부 소음을 최소화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한 창업 동지였다.
기밀 유출이 심각하다.
반도체,PDP,휴대폰,선박 등 핵심 산업기술에서부터 국가 비밀,개인 정보에 이르기까지 1급 정보들이 술술 빠져 나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끼치고 있다.
삼성의 휴대폰 회로도가 중국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을 정도다.
15일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적발된 첨단 산업기술,군 관련 기술 등 각종 기밀 해외 유출 사건은 총 92건으로 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모두 95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3년 6건에 불과했지만 2004년 26건,2005년 29건,2006년 31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밀이 빠져 나가는 루트도 다양하다.
연구원 등 내부 직원 및 퇴직자를 매수하거나 협력·하청업체를 통해 새나가는 이른바 스파이 유출은 물론 인수·합병(M&A)이나 해킹을 통한 기밀 유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정부는 산업기술을 빼돌린 사람에게 최고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물리는 등 처벌조항을 강화했지만 정작 보호해야 할 중요한 기술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기획취재부=김수언/주용석/류시훈 기자 indepth@hankyung.com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임원(J모 이사)이 개인 컴퓨터를 다운시킨 뒤 사흘째 출근하지 않네요.
연봉 협상 중이어서 시위를 하는가 보다 했는데 아닌가 봐요. 뭔가 이상합니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다음 날 국정원 직원들은 I사를 방문,J이사의 컴퓨터에서 상당량의 자료를 복제한 뒤 삭제한 흔적을 발견했다.
동료 직원들로부터는 "'중국으로 간다'는 말을 들었다"는 단서를 입수했다.
공항에 문의한 결과 J이사가 다음 날 아침 출국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때가 오후 4시.영장이 문제였다.
다행히 오후 10시께 검찰로부터 긴급 체포영장이 떨어졌다.
수사관들은 다음 날 새벽 J이사의 집으로 가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그는 이미 공항으로 떠난 뒤였다.
J이사는 결국 오전 8시30분께 수사관들에 의해 공항 탑승장에서 체포됐다.
신고 접수 34시간여 만이었다.
J이사는 김 사장과 10여년간 동고동락하며 전투기나 전동차 등의 내부 소음을 최소화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한 창업 동지였다.
기밀 유출이 심각하다.
반도체,PDP,휴대폰,선박 등 핵심 산업기술에서부터 국가 비밀,개인 정보에 이르기까지 1급 정보들이 술술 빠져 나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끼치고 있다.
삼성의 휴대폰 회로도가 중국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을 정도다.
15일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적발된 첨단 산업기술,군 관련 기술 등 각종 기밀 해외 유출 사건은 총 92건으로 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모두 95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3년 6건에 불과했지만 2004년 26건,2005년 29건,2006년 31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밀이 빠져 나가는 루트도 다양하다.
연구원 등 내부 직원 및 퇴직자를 매수하거나 협력·하청업체를 통해 새나가는 이른바 스파이 유출은 물론 인수·합병(M&A)이나 해킹을 통한 기밀 유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정부는 산업기술을 빼돌린 사람에게 최고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물리는 등 처벌조항을 강화했지만 정작 보호해야 할 중요한 기술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기획취재부=김수언/주용석/류시훈 기자 indep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