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사흘째 하락하며 13일 929원20전에 마감,석 달반 만에 930원 선 밑으로 떨어졌다.
지표 경기가 나아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달러 약세가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최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추겨 외화자금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환율 하락(원화 강세)으로 수출 기업들은 다시 수익성 악화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상승보다 하락 압력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미 FTA 타결도 원인"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5일 달러당 951원40전까지 올랐으나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한 달여 만에 21원20전(2.3%) 하락했다.
특히 한·미 FTA가 체결된 뒤 열흘 새 11원이 빠졌다
한·미 FTA 타결 이후 부쩍 늘어난 외국인들의 국내주식 투자가 가장 큰 원인이다.
외국인들은 한·미 FTA가 타결된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7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과장은 "한·미 FTA 체결 이후 외국인들이 국내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는 것이 최근 환율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미 달러화가 엔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글로벌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원·달러 환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달러화는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 세계적 무역 불균형과 환율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예상 속에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추가하락 가능성
전문가들은 올해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글로벌 달러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다만 원화는 최근 몇 년간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추가적인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압박에도 조선 등 국내 업체들의 수출이 견조할 경우 외화공급이 늘어나면서 추가적인 원·달러 하락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925원 정도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900~910원대까지 밀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편 원·엔 환율은 반등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위기다.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자산에 투자) 재개 움직임으로 최근 다시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엔화의 '나 홀로 약세'가 계속 이어지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특히 G7에서 엔화약세 문제가 거론될지도 관심이다.
엔·달러가 하락(엔화강세)으로 방향을 튼다면 원화보다는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원·엔 환율은 전날에 비해 100엔당 2원21전 오른 782원35전을 나타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