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는 화장품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녹차를 우려 마시는 데 만족하지 않고 물에 녹여 팩,세안,반신욕 등에 활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미용용품으로도 쓰이는 프리미엄 가루 녹차 시장을 놓고 맞붙은 것도 다름 아닌 화장품 회사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그래뉼(과립) 타입의 녹차를 스틱 형태 포장지에 한 잔 분량씩 담은 녹차 '루 슬림'을 내놨다. 침전물이 남는 일반 가루 녹차와는 달리 그래뉼 타입으로 가공한 이 제품은 우유,요구르트 등에 녹여서 녹차 음료를 만들 때 좋고 세숫물에 풀어도 찌꺼기가 없게끔 개발됐다. 30개 들이 한 상자에 8000원(일반 녹차는 티백 30개에 1500원 선)을 받는 데도 주요 대형 마트에서 이달 들어 하루 평균 매출이 1000상자씩으로 1,2월에 비해 3배나 늘었다.

'설록차' 브랜드로 동서식품과 녹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업계 경쟁사가 프리미엄 녹차 시장에서 선전하자 9일 가루 녹차 신제품 '설록차 카테킨 플러스 200'을 내놨다. 루 슬림과 같은 그래뉼 타입이면서 '데톡스(독소 제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카테킨 함량을 강화했다. 가격도 1000원 싸게(30개 들이 한 상자에 7000원) 매겼다.

이처럼 국내 화장품 '빅2'가 프리미엄 녹차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건 주고객층인 여성의 관심이 이쪽에 집중되고 있어서다. 녹차의 유효 성분을 빠짐 없이 섭취할 수 있는 가루 타입 녹차가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면서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티백 녹차의 25% 수준에 머물렀던 가루 녹차 판매량은 여름 녹차 성수기(5~8월)를 기점으로 꾸준히 늘어 티백 녹차의 80%까지 치고 올라왔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현미 녹차(녹차 40%,현미 60% 함량) 위주의 티백 시장은 '17차' 등 병입(柄入) 차 음료에 자리를 내주고 있어 용도가 다양한 가루 녹차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