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 보호주의자들의 고상한 수사(rhetoric) 속에는 뻔뻔스런 장난이 숨어있다. 지난달 30일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미국 상무장관의 발언을 보라. 그는 미국 내 일자리를 위협하고 통상질서를 왜곡시키는 중국 정부의 수출보조금을 상쇄시키기 위해 미국 통상법 내에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듣기엔 좋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가 진실을 은폐하는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호주의 색채가 드러나지 않게 가리려는 것이고 미국 시장에서 승자는 물론 패자까지 선택하는 결과를 낳는다.

문제는 새로운 통상정책의 현실이 이런 수사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균형 있는 교역'이라기보다 '관리되는 교역'이라고 함이 옳다. 수십년간 미국 철강업계 로비 회사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미국 철강업체에 대한 수십억달러의 세제 특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구티에레스 장관은 미국 농민들이 보조금을 받는 중국산 제품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뜻의 말을 했다. 그러나 미국 농가에 주는 막대한 보조금 때문에 세계 상품시장에 값싼 미국산 농산물이 풀리고 이로 인해 가난한 나라 농민들이 고통받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상무부는 수년째 중국산 제품에 대해 원가 이하로 수출되고 있다며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매겨왔다. 이제는 상계관세(countervailing duties)까지 부과하려 한다. 중국 정부가 수출품에 대해 세제특혜와 면제,수출신용 등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상무부는 최근 중국산 고급 인쇄용지가 이런 보조금을 지급받았다며 10~20%의 상계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또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100%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는 일종의 중복계산(double counting)이다.

미국 관리들은 또 정상적인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나라라며 인도의 가격책정 자료를 바탕으로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어느 정도가 돼야 합당한지를 결정한다. 이런 계산법이 짐짓 중국의 생산원가를 반영한다고 간주하는 것은 정직한 태도가 아니다. 정말 워싱턴의 관리들이 중국 정부의 수출보조금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세계무역기구(WTO)에 문제를 가져가는 게 더 바람직하다. 중국 또한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를 중복해서 부과하는 미국 정부를 WTO에 제소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 정부의 반 보조금 정책이 편협한 정치에서 나온 잘못된 경제정책이란 점은 여전하다. 미국 제너럴모터스의 최고 이코노미스트인 무스타파 모해트렘은 "미국의 반 보조금 정책이 통상의 흐름을 뒤틀리게 하고 외국산 부품을 쓰는 미국 내 산업의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상무부에 항의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생산원가가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GM에 좋은 것은 항상 미국에 좋다"는 말을 이제는 진실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철강,제지산업을 보호하려 할 때 GM 같은 회사의 원가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래서 '관리되는 교역'은 항상 나쁜 것이다.

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이 글은 미국의 통상정책을 주로 다루는 온라인 언론 '러시포드 리포트'의 그렉 러시포드 편집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은폐된 통상의 진실'(Trade Smoke and Mirrors)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