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9일 한덕수(韓悳洙) 국무총리 등 관계 국무위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정치.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을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면합의 여부와 후속대책,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측근 안희정(安熙正)씨의 비공개 대북접촉 등을 놓고 치열한 논란을 벌였다.

특히 한미 FTA 문제를 둘러싸고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 등 범여권 의원들끼리 확연한 시각차이를 드러내며 논쟁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우리당 김성곤(金星坤) 의원은 "FTA 체결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위협하지 않으면서 남한의 안보를 배가시키는 안보환경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긍정 평가하고 "중국, 일본과도 FTA를 맺게 될 경우 북한이 더욱 고립될 수 있는데 FTA가 남북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냐"며 대책을 물었다.

신당모임 강봉균(康奉均) 의원은 "한미 FTA는 저임금으로 추격해오는 중국과 고기술로 앞서가는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한국경제를 살려내고 동북아 군비경쟁을 막을 수 있는 기회"라며 "노 대통령이 임기내에 한미 FTA 국회 비준을 받으려면 국민통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FTA 비판론자인 우리당 최 성(崔星) 의원은 "한미 FTA의 국회 비준동의를 위해서는 쌀 시장 개방,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구두 약속 유무, 유전자 조작생물체(LMO) 수입검역절차 완화 이면합의 유무, 교육시장 개방 등 4대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면서 "국회 청문회→국정조사→국민여론조사 등 3단계로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헌 문제와 관련, 한나라당은 "개헌안 발의는 불리한 대선구도를 흔들기 위한 정치적 꼼수이며 정부가 국정홍보처 등을 중심으로 개헌 홍보활동을 벌이는 것은 불법"이라며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우리당은 "개헌에 찬성해오다가 대선경쟁에서 앞서나가자 반대하고 나선 한나라당의 태도가 정략적"이라며 역공했다.

한나라당 권경석(權炅錫) 의원은 "개헌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지만 노 대통령이 지난달 8일 기자회견에서 대선후보들이 개헌공약을 제시하면 발의권을 넘기겠다고 한 것이야말로 대선개입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정부는 개헌홍보를 이유로 홍보메일 341만통 발송, 개헌홍보지 100만부 배부 등 탈법적 사전투표운동을 벌려 왔다"며 관련 공무원의 처벌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 정청래(鄭淸來) 의원은 개헌에 찬성했던 한나라당 대선주자들과 지도부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이제 와서 반대하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태도야말로 정략적"이라며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게 개정한다면 국정의 책임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고, 국가적 전략과제에 대한 일관성과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 측근 등의 대북접촉과 관련, 한나라당 정문헌(鄭文憲) 의원은 "비공식 루트를 통할 경우 뒷돈을 요구할 개연성이 높고 사기까지 당할 우려가 있다"며 "대북정책의 투명성을 강조했던 정부가 공식 직함도 없는 사조직을 동원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희정(金姬廷) 의원은 "안씨 등이 사전신고 없이 북한과 접촉한 것에 대해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며 위법행위를 옹호했다"며 "남북교류협력법에는 사전, 사후 신고없이 북한 주민과 접촉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돼있는데 주무장관이 소관법률의 내용도 파악하지 못한 채 안씨를 두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