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는 프린터가 필요 없게 될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 펴낸 '제3의 물결'에서 '종이 없는 사무실(Paperless Office)'이 실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예상이 빗나갔다.

프린터나 복합기 시장은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업 IDC는 최근 2005년 1억3500만대였던 세계 프린터·복합기 시장 규모가 지난해 1억4000만대(598억달러)로 커졌고 2010년에는 1억5700만대(627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또 잉크,카트리지,토너 등 소모품 시장은 더 빠르게 성장해 2006년 705억달러에서 2010년 914억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도 프린터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정보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IDC는 종이 용도가 '정보 장기보존'에서 '정보 단기보존'으로 바뀌면서 더 많은 전자문서가 출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출력물이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고 사진·그래픽 출력이 증가하면서 프린터 수요도 꾸준히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린터 수요가 계속 증가한다고 사업 형태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프린팅 기계를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고 프린팅 관련 솔루션과 서비스까지 판매하는 정보기술(IT) 서비스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복사기 시절에는 문서를 공유하려면 사람 수대로 복사해 나눠줘야 했지만 요즘엔 문서를 디지털화(스캔)한 후 수십명,수백명에게 이메일로 보내주면 된다.

이에 따라 문서 공유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게 됐다.

프린터가 출력만 하는 게 아니라 공유까지 가능하게 해주는 기기로 진화한 셈이다.

프린팅 업계에서는 요즘 '통합 출력관리 서비스(MPS)',즉 각 기업의 환경에 적합한 프린터나 복합기를 공급하고 용지,카트리지,토너 등을 적절히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뜨고 있다.

소모품 사후관리는 마진이 크다는 점에서 구미를 당긴다.

이 사업에는 휴렛팩커드(HP),삼성전자,렉스마크 등이 나섰다.

한국HP의 경우 지난해 알리안츠생명 외환은행 등에 MPS를 공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프린터 주력 모델을 중저가품에서 고가품으로 바꾸는 한편 기업을 중심으로 MPS 수요처를 발굴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시장에 진출한 렉스마크도 MPS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MPS를 포함한 프린터 사업은 다른 사업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고 수익성이 좋다고 알려졌다.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 관계자는 "프린터 사업에서 연간 20%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 개척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