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에서 시즌 한국인 첫 중심 타자 맞대결을 펼쳤던 이승엽(31.요미우리 자이언츠)과 이병규(33.주니치 드래곤스)의 희비가 엇갈렸다.

5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요미우리와 주니치의 시즌 3차전에서 주니치가 4번 타자 타이론 우즈의 홈런 3방을 앞세워 5-3으로 승리하면서 이번 3연전은 2승1패를 거둔 주니치의 승리로 끝났다.

이구동성으로 "한국인 타자 맞대결 보다 팀 승리가 먼저"라고 밝혔던 이승엽과 이병규의 명암이 자연스럽게 대비됐다.

4일 주니치에 무릎을 꿇은 뒤 "상대 4번 타자와 승부에서 졌다"며 자책한 이승엽은 이날도 두 번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이병규에게 졌다기 보다는 홈런왕 경쟁자인 우즈와 첫 만남에서 완패했고 결국 자신의 부진이 팀의 패배로 연결됐다는 점이 쓰라렸다.

또 지난해 6승16패로 철저히 밀렸던 주니치를 맞아 시즌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할 찬스가 많았으나 이를 놓쳤다는 사실도 뼈아팠다.

타격감을 서서히 끌어 올리고 있는 이승엽은 지난달 30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 개막전에서 솔로 아치를 그린 이후 5경기 연속 침묵했다.

반면 우즈는 16타수 무안타로 저조하다 4일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의 원 포인트 레슨을 받고 금세 부활, 홈런 4개를 적립하며 이승엽을 멀찌감치 앞서갔다.

5번 타자로 출장 중인 이병규는 개막전 이후 6경기 연속 안타로 제 몫을 해내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특히 4일 2차전에서 3-3으로 맞선 9회 무사 1루에서 절묘한 배트 컨트롤로 상대 마무리 투수 도요다 기요시의 포크볼을 중전 안타로 연결하면서 모리노 마사히코의 결승 3점 홈런을 이끌어 내는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그 경기에서 시즌 첫 멀티 히트(1경기 2안타 이상)를 작성한 이병규는 연일 안타를 뽑는 꾸준한 실력으로 한국의 '안타 제조기'가 일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며 오치아이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두 선수는 팀 승리라는 당면 목표 앞에 3연전 내내 1루에서 마주쳤을 때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소속팀 벤치의 사인을 읽는 데 바빴다.

그 정도로 라이벌 의식이 대단했던 양팀의 첫 만남에서 일단 이병규가 먼저 웃었다.

두 선수는 5월1일부터 사흘간 나고야 돔으로 자리를 옮겨 두 번째 시즌 맞대결을 치른다.

(도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