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5월 투자용 해외부동산 취득을 허용한 이후 1년 사이 해외부동산 투자 유형이 크게 다양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2월 말부터 시행된 송금한도 확대 조치로 시세 차익이 큰 고가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큰손' 투자자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또 그동안 미국 캐나다 등 북미권과 중국에 편중됐던 투자대상 지역도 동남아 등으로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다.

주요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해외 투자정보 부족과 부동산값 '거품' 논란에 따른 리스크 등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경계론이 여전한 상황이지만 해외 부동산을 자산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삼는 자산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월26일부터 투자용 해외부동산 취득을 위한 송금 한도가 기존 100만달러에서 300만달러로 확대된 것을 계기로 대규모 투자를 위한 국내 투자자들의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맨해튼 런던 등 투자 가치가 높은 대도시 중심 지역의 최고급 주택은 물론 콘도(아파트) 한 층을 통째로 사들여 대규모 임대 사업을 준비 중인 사람들의 매물 문의도 많다.

이태한 코우사 차장은 "송금한도 확대에 맞춰 100만달러 이상의 안정적인 해외 투자 대상을 찾는 자산가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며 "투자 금액이 확대되고 그만큼 기대 차익이 커진 만큼 올 상반기부터 투자용 해외부동산 매입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올 들어 건당 투자 금액은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1월 투자용 해외부동산 취득은 133건 4179만달러로 건당 투자 금액이 31만달러였지만 2월에는 120건 4032만달러로 건당 34만달러로 증가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송금확대 조치가 나왔던 2월에만 100만달러 이상의 투자용 해외부동산 취득 신고가 3건 접수됐다"며 "아직 구체적인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3월에도 100만달러 이상의 고가 부동산 취득 신고가 다수 접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 대상 지역도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 대한 투자 급증이 두드러진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올 들어 2월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부동산(주거용+투자용) 취득 금액은 1327만달러(59건)로 이미 작년 한 해 전체 투자 금액(1430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에 대한 투자액 507만달러의 2.6배에 달하는 것이다.

김한석 CBRE 차장은 "그동안 투자자 2명 가운데 1명은 미국에 관심을 가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영어권 동남아 국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통상 투자 금액이 30만달러 안팎이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데다 중국 베트남 등보다 투자 리스크가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가나 리조트 같은 수익형 해외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높다.

발리 등 동남아 유명 휴양지의 리조트 시설을 중심으로 호텔 리조트 펜션 등 휴가철 이용과 함께 임대 수입까지 겨냥할 수 있는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멕시코나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업체들이 현지의 리조트 투자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국내 사업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