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농업분야에 대해 119조원의 투·융자계획 외에 지원규모를 더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국회에서의 협상결과 보고를 통해 '혁명적 농업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으로 후속 조치와 관련해 농업부문의 보완(補完)대책 마련에 최우선적인 비중을 두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사실 농업분야에서 예상되는 피해 규모는 우려할 만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산물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가 쌀을 제외하고도 연간 1조4000억원에서 2조2500억원으로,전체 농업생산액 33조3700억원 가운데 최대 6.7%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모든 농산물 관세가 10년 안에 폐지되는 경우의 분석인 만큼 실제 피해 정도는 이보다 작겠지만,결코 만만하게 볼 규모는 아니다.

특히 쇠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축산물의 피해가 크고 제주 감귤농업도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농업에 시장원리만을 적용하기 어렵고,식량주권의 관점에서도 반드시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고 보면 이들 분야에 대한 적절한 피해보상과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피해를 보상하고 지원하는 것이 우리 농업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정치논리에 밀린 퍼주기식 피해보전은 국민의 혈세만 낭비할 뿐 오히려 농업 구조조정을 방해하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앞으로 농업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중국과의 FTA협상을 앞두고 있음을 감안할 때 경쟁력을 중심으로 한 농업 구조조정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과제라는 점에서 그렇다.

더 이상 보조금을 쏟아붓는 방식으로는 개방의 파고(波高)를 결코 넘을 수 없다.

농업은 물론 다른 산업분야도 피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원대책이 강구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한ㆍ칠레 FTA 때처럼 피해액이 잘못 산정되거나 중복·날림식 자금지원으로 세금만 축낸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같은 맥락에서 시장 개방에 적응이 어려운 분야 인력의 전직(轉職)훈련을 통한 산업 간 이동 촉진,경쟁력 있는 상품의 생산기반 확충을 지원하기 위한 보완대책 마련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