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럴 쿠퍼 < C&M인터내셔널 대표·前 美 USTR대표보 >

지난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타결 뉴스는 마음 조리며 기다렸던 희소식이었다. 필자는 1980년대 미국이 최초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했을 때 이를 책임지고 있었기에,이번에 한·미 간 역사적 성과를 보면서 남다른 감회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1980년대 당시에는 미국이나 기타 세계 주요 경제권들이 FTA를 세계 각국의 시장 개방과 국내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삼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예측하거나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특히 미국이 한국과 FTA를 체결한다는 것은 더더욱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 점에 있어서 지난 2일의 발표는 현재의 범세계적인 FTA 조류에서 새로운 스탠더드를 제시하는 사건을 세계에 널리 알린 것이며,또한 한·미 간 우정과 공동 번영의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획을 긋는 역사적인 사건을 양국 국민에게 공표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협상과정에서 언론은 주로 한국의 FTA 비판자들만을 주로 조명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내에 많은 국민들과 기업들이 한·미 FTA를 환영하고 반기고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력과 추진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더 이상 FTA 지각생으로 남아있을 수 없다'는 대통령의 결심은 이번 한·미 FTA 협상 타결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결실을 맺었으며,향후 계획된 EU 등과의 FTA 협상에서도 그 가치를 계속 발휘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더해 '지속적인 개혁과 개방만이 한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열쇠'라고 굳게 믿고 있는 현재 한국의 고위 경제정책 당국자들이 계속 그들의 소신을 실천에 옮길 수 있다면 향후 다양한 자유무역협정들이 지속적으로 체결되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많은 협정들이 외연적(外延的) 경제성장과 함께 내연적으로도 국민들에게 진정한 이익을 계속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번에 합의된 한·미 FTA와 관련해 양측에서 그동안 많은 연구들이 나왔고 모두가 양국이 함께 큰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현재 상세한 내용을 모두 알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농산물 수출에 있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그 결과에 대해 막강한 정치력을 가진 미국 내 농업 관련 이익집단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쇠고기 시장 접근 관련 합의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 및 산업재와 같은 제조업에 있어서는 양국에 공히 많은 혜택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미국의 경우 대(對) 한국 수출품의 상당 부분이 즉시 관세면제의 혜택을 받을 것이다. 반면 서비스,지식재산권,투자 등의 협상 내용은 워싱턴의 미측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환영하기에는 그 폭과 깊이가 너무 좁다고 하겠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오히려 그것이 논란이 될 수 있는 현안의 수를 줄임으로써,현재 미국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의회에서 비준 반대의 목소리를 줄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번 FTA 협상의 결과에 대해 향후 상당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며,경우에 따라서는 추가협상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양국의 경제 규모와 협상과정에서 부각된 사안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당연한 것이다.

이제 한·미 양국은 양국 간 FTA의 완결 이전에 함께 넘어야 할 또 다른 큰 장애물 하나를 앞에 두고 있다. 양국 의회에서 비준을 받는 것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양국 대통령이 보여준 정치적인 의지를 고려할 때 궁극적으로는 관철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이제 양국 경제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양국 경제계가 힘을 합쳐 양국 의회에 이번 FTA의 의미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 경제계 입장에서는 비준과정에 있어서 한국 국내에서뿐만 아니라,미국에서 예상되는 비판론들을 폭넓게 숙지(熟知)하고 이에 대한 반론과 입장을 정리해,미국 측 경제계와의 공조 하에 이를 양국 국민에게 알림으로써 FTA 찬성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