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盛日 < 서강대 경제대학원장 >

귀가길 차안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대통령의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그것은 역사의 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정확한 인식과 우리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기초한 것이었다.

내용도 짚어야 할 곳을 두루 짚으면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의지를 갖춘,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국가 지도자의 담화(談話)였다.

대통령의 말처럼 한·미 FTA는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장삿속이 아닌 보다 큰 안목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즉 한국과 미국 두 나라 간의 단순한 자유무역 확대 이상의 의미와 효과를 갖는다.

우선 한·미 두 나라간 교역이 증대되는 것과 함께 한·미 FTA의 이점을 이용한 연쇄효과로 한·중 및 한·일 간 교역이 증대될 것이다.

나아가 한·미 FTA는 한·중 간 FTA를 촉진시키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한국은 동북아 및 태평양 경제권에서 자유무역의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중국·일본 간의 FTA는 규모가 큰 경제끼리의 통합이므로 우리보다는 이뤄지기가 훨씬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우리의 교역규모는 지금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커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수혜자는 소비자와 함께 근로자가 될 것이다.

특히 고용에 대한 효과는 현재 FTA 반대세력에 의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실제는 오히려 정반대로 질적(質的)으로나 양적(量的)으로 훨씬 좋아질 것이다.

방송분야 개방을 예로 들어보자.일부 방송분야 개방에 대해 방송언론인들이 반대를 하고 있는데 이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방송산업이 개방되면 방송 종사자들의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날 뿐 아니라 그 일자리들은 경쟁력있는 일자리들이므로 질적으로도 우수하다.

농업분야와 제약분야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이 또한 그간의 개방경험에 비추어 볼 때 실증적 근거가 약하다.

한·칠레 FTA 이후 포도농가의 재배면적은 오히려 늘었다.

축산물 개방은 대규모화와 고부가가치화로 대응해 오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가전시장 개방은 오히려 경쟁력 강화와 해당분야 근로자의 생산성을 증가시켰다.

한마디로 말해 논리와 사실 두 측면에서 모두 고용은 양적 질적으로 좋아질 것이다.

논리적으로 고용 수요는 제품시장 수요의 종속(從屬) 변수이다.

무역으로 제품시장 규모가 확대되는데 고용이 줄어들 수 없다.

사실에 있어 한국인은 개방에 강하다.

이제까지 개방한 분야에서 더 발전해 왔다.

지금 오히려 염려해야 할 것은 제조업 분야의 인력부족 문제이다.

늘어나는 인력수요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모처럼의 호기를 날려버릴 수 있다.

FTA로 인한 개방은 한국경제 선진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적대적 노사관계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의 독과점 구조에 안주하며 거기에서 발생하는 잉여를 놓고 다투는 노사관계는 가장 효율적이고 경쟁력있는 기업이 살아남는 개방경쟁의 장(場)에서는 더 이상 존속되기 어렵다.

이는 이미 국내외 경험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80년대 말 악성 노사분규를 겪었던 LG전자는 시장개방과 함께 노사가 똘똘 뭉쳐 초우량기업의 경쟁력과 가족적 노사관계를 동시에 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FTA로 국내시장에서도 미국에서 만들어진 도요타,혼다 등과 겨루어야 하는 현실에서 현대자동차가 그런 발전적 변화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염려스러운 것은 FTA에서 교육,의료,사회서비스 분야가 제외됨으로써 이들 분야의 노사관계는 전교조나 건강보험노조에서 보이는 바와 같은 구태(舊態)를 벗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앞으로 제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와 서비스업의 적대적 노사관계로의 이중구조화가 우려된다.

비록 제조업 분야에서 선진화를 이루더라도 서비스분야의 노사관계가 후진적인 한 경제 전체의 선진화에 계속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 분야는 따라서 FTA와 관계없이 우리 스스로 규제를 완화하고 개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