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조폭 아빠 눈에 비친 곤두박질 치는 父權 '우아한 세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아내와 아이들이 공원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백조를 구경한다.
그들은 세차 중 물싸움을 하거나 요리하다가 까르르 웃음보를 터뜨린다.
캐나다로부터 온 비디오 테이프에 담긴 가족의 단란한 모습이다.
그러나 '기러기 아빠' 신세인 조폭 가장 강인구(송강호)는 이 광경을 보면서 눈물을 주르르 흘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가족의 모습에 강인구는 동참하지 못한 채 이역만리에서 지켜봐야 하는 처지다.
그와 가족이 함께 살던 이전 장면들은 모두 지옥과 다름없다.
한재림 감독의 '우아한 세계'는 좋은 가장이 되기 위해 분투하는 조폭의 삶을 사실적이면서도 재치있게 그려냈다.
한 감독이 전작 '연애의 목적'에서 사랑의 달콤한 환상 대신 사랑의 씁쓸한 현실에 카메라를 들이댔던 것처럼 일반 영화에서는 조폭의 '화려한' 겉모습 대신 '비루한' 생활을 추적한다.
이 영화에서 강인구는 그토록 갈구했던 '우아한 세계'(행복한 가정)에 결코 닿지 못한다.
좁은 아파트에서는 딸과 아내에게 면박을 받고 근사한 전원주택으로 이사했을 때에는 아내와 자식들이 해외로 떠나 '나홀로' 라면을 끓여 먹는 신세.
따스한 부부관계는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강인구가 가사를 도우려다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에는 가정에서 겉도는 우리 아버지들의 초상이 담겨 있다.
그는 추락한 부권의 상징이다.
얌전한 가정생활과 달리 조직 내의 강인구는 사소한 일에도 손찌검을 앞세우는 조폭으로 대비돼 있다.
조폭 세계에는 의리라곤 전혀 없고 상대를 밟고 올라서려는 욕망만 넘실댄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일반 기업과 닮았다.
강인구도 생존투쟁에 몸부림치는 여느 직장인과 다름없다.
가장과 직장인으로서 조폭을 부각시키기 위해 비장한 캐릭터는 배제시켰다.
멋진 동작으로 여러 명을 순식간에 때려 눕히는 액션신도 없다.
칼을 몰래 숨기고 다가가 상대를 찌르는 '비열한' 조폭들만 득실거린다.
영화는 강인구의 가정 내 갈등과 조직 내 아귀다툼을 선명하게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조폭 가장'에 대해 공감과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5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그들은 세차 중 물싸움을 하거나 요리하다가 까르르 웃음보를 터뜨린다.
캐나다로부터 온 비디오 테이프에 담긴 가족의 단란한 모습이다.
그러나 '기러기 아빠' 신세인 조폭 가장 강인구(송강호)는 이 광경을 보면서 눈물을 주르르 흘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가족의 모습에 강인구는 동참하지 못한 채 이역만리에서 지켜봐야 하는 처지다.
그와 가족이 함께 살던 이전 장면들은 모두 지옥과 다름없다.
한재림 감독의 '우아한 세계'는 좋은 가장이 되기 위해 분투하는 조폭의 삶을 사실적이면서도 재치있게 그려냈다.
한 감독이 전작 '연애의 목적'에서 사랑의 달콤한 환상 대신 사랑의 씁쓸한 현실에 카메라를 들이댔던 것처럼 일반 영화에서는 조폭의 '화려한' 겉모습 대신 '비루한' 생활을 추적한다.
이 영화에서 강인구는 그토록 갈구했던 '우아한 세계'(행복한 가정)에 결코 닿지 못한다.
좁은 아파트에서는 딸과 아내에게 면박을 받고 근사한 전원주택으로 이사했을 때에는 아내와 자식들이 해외로 떠나 '나홀로' 라면을 끓여 먹는 신세.
따스한 부부관계는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강인구가 가사를 도우려다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에는 가정에서 겉도는 우리 아버지들의 초상이 담겨 있다.
그는 추락한 부권의 상징이다.
얌전한 가정생활과 달리 조직 내의 강인구는 사소한 일에도 손찌검을 앞세우는 조폭으로 대비돼 있다.
조폭 세계에는 의리라곤 전혀 없고 상대를 밟고 올라서려는 욕망만 넘실댄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일반 기업과 닮았다.
강인구도 생존투쟁에 몸부림치는 여느 직장인과 다름없다.
가장과 직장인으로서 조폭을 부각시키기 위해 비장한 캐릭터는 배제시켰다.
멋진 동작으로 여러 명을 순식간에 때려 눕히는 액션신도 없다.
칼을 몰래 숨기고 다가가 상대를 찌르는 '비열한' 조폭들만 득실거린다.
영화는 강인구의 가정 내 갈등과 조직 내 아귀다툼을 선명하게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조폭 가장'에 대해 공감과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5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