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 경제 전체로는 생산.고용 증가, 소비자 후생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세부 업종별로는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자동차, 철강산업, 섬유산업 등의 분야는 한미 FTA의 혜택을 받고 기계산업과 화학업종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비스업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전자제품이나 신발산업, 제지.인쇄업은 수출과 수입이 상쇄되거나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금융.보험업도 개방도가 높아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시장 국내시장화..경쟁력 향상 자극제

미국과의 FTA 효과는 교역적인 측면과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모두 긍정적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FTA로 관세.비관세 등의 장벽이 철폐되거나 완화되면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시장을 국내시장처럼 접근할 수 있다.

미국의 수입시장은 1조7천만달러로 일본과 중국 및 아세안 수입시장을 합한 1조5천만달러보다 크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수출은 431억8천만달러로 전체 수출 3천254억7천만달러 중 13.3%를 차지한다.

중국에 이어 2위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미국은 세계최대의 시장일 뿐 아니라 서비스산업 강국이고 세계 최대의 자본보유국이며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보유국이다.

서비스시장이 개방되면 한국 서비스업체들은 미국기업과 대적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어 경쟁력이 향상되고 미국 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면 경영 및 과학기술을 받아들 수 있으며 미국으로부터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 생산과 고용을 늘릴 수도 있다.

◇ 생산.고용.후생 증대..對美 수출.무역수지 증가

한미 FTA는 미국에 대한 수출과 무역수지를 늘리고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는 생산과 고용,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분석 모델에 따라 전망치가 다르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협상 시작 당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장기 개념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7% 정도, 고용은 50만명대, 대미 수출은 354억~462억달러, 대미 수입은 256억~335억달러,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97억~127억달러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협상 과정에서 관세 및 비관세 장벽 해소 정도 등이 애초 예상과 달라져 구체적인 전망치는 달라질 수 있지만 방향성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관세 철폐와 기술의 상호 보완 등은 생산과 고용 증대로 연결돼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외에 대외 신뢰도 개선,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 등 경제.사회제도의 선진화,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등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단기적으로 양극화 심화, 피해 부문 지원에 들어가는 비용, 미국 경제에 대한 동조화 심화 등 부정적인 면도 있다.

◇자동차.철강.섬유.부품소재 `맑음'

자동차는 협상이 끝나지 않아 정확한 분석이 힘든 상황이지만 한미 FTA로 관세가 철폐되고 비관세 장벽이 완화되면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승용차의 경우 한미 FTA로 관세가 없어지면 수출 물량 증대와 판매 증대, 수익성 개선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화물차도 25%의 높은 관세율이 철폐되면 우리나라 업체들이 320만대 규모의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철강은 한미 양국이 2004년 1월1일부터 철강재 무세화를 실시하고 있어 관세 철폐에 따른 수출 및 수입 증대 등 직접적인 무역 효과는 없다.

하지만 미국에 수출되는 대다수 철강 품목이 반덤핑 규제를 받고 있어 협상을 통해 비관세 장벽이 완화되면 수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섬유산업도 미국의 섬유류 평균 관세율이 8.9%에 달하고 15% 이상의 고관세 품목이 전체 섬유류의 13%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관세 폐지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미국의 대표적인 섬유분야의 비관세 장벽인 얀포워드(Yarn Foward)로 정의되는 엄격한 의류원산지 규정이 완화되면 고관세 철폐 효과와 함께 원부자재 소싱의 폭이 넓어져 중고가 의류를 중심으로 대미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섬유산업연합회는 우리나라의 전체 섬유수출에서 대미 수출 비중이 한미 FTA로 17%에서 약 20%까지 상향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섬유 부문에 대한 협상이 우리 정부의 의도대로 잘 타결된다는 전제 아래서다.

부품소재 산업도 관세 폐지로 수출량이 증가하고 대일 의존도가 높았던 부품소재에 대해 대미 수입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어 수입선 다양화 등을 통해 대일 무역적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계.화학제품 `흐림'
기계산업은 우리나라의 관세율이 미국보다 높아 관세가 철폐되면 수입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기계의 경우 미국이 무관세(1.7%) 수준이어서 수출 증대 효과가 거의 없고 우리나라의 수입관세는 6.4%여서 미국 제품의 수입은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기계와 금속산업도 우리나라의 관세장벽이 더 높아 수입 증대가 우려된다.

우리나라 기계류 수입 1위국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는 무역전환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체결 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컸던 반도체 제조용 기계, 내연기관 및 터빈, 펌프 및 압축기 등의 대미 수입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화학제품의 경우 합성수지, 합성고무 등 석유화학은 관세가 철폐돼도 각국 제품 질의 균등화, 해상운임료 등을 고려할 때 수출.입에 큰 변화가 없겠지만 의약, 화장품.향로, 접착제, 농약 등 정밀화학은 미국의 관세율이 낮아 수출 증가는 미미하고 수입 증가는 클 것으로 보인다.

◇ 서비스업 한계업체 퇴출..금융.보험 큰 영향 없어
서비스업에서 의료, 교육 등 덩치 큰 분야들이 빠졌지만 건설 등에서 한미 FTA로 외국인 투자 증가, 경쟁력 향상 등으로 전반적인 생산 및 고용 증가가 예상된다.

하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다.

애초 기대만큼은 아니겠지만 투자와 서비스 부문 추가 개방과 제도 개선 등으로 서비스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증가는 생산과 고용 증가로 연결되고 미국의 선진 기술 이전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건설업은 미국보다 경쟁력이 있어 한미 FTA에 따른 생산 증대 효과가 다른 사업보다 클 것으로 기대되고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 증대 역시 서비스업 중에서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금융.보험업은 개방도가 높아 한미 FTA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겠지만 미국 기관과의 경쟁으로 소비자 후생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미 FTA로 시장이 개방되는 서비스 업종에서는 상대적으로 미국 업체에 비해 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 서비스업체들이 가격, 품질 등의 경쟁에서 뒤져 퇴출될 각오를 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