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라크에서 발생한 로켓폭탄 폭발사건에도 불구하고 다른 국제기구와 협력해 이라크 재건작업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이라크에 갈 상황이 생기면 다시 방문하겠다"며 유엔 수장다운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라크에서 이집트로 온 반 총장은 23일(현지시간) 카이로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그다드에서 기자회견을 갖던 중 아주 가까운 곳에서 큰 폭발소리가 들려 놀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라크에서 예정된 일정을 수행했으며 중동 방문 일정도 예정대로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켓 폭발사건이 우연인지 고의인지에 대해선 어떤 선입견도 갖고 있지 않으며 조사결과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이라크를 극비방문해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던 도중 폭발사건을 경험한 반 총장은 예정된 일정을 마치고 22일 저녁 이집트에 도착했다. 반 총장은 평상심을 찾은 표정이었다. 한국 국민들에게는 "걱정해줘서 감사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 일정을 마친 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등을 차례로 방문해 중동지역의 평화정착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라크의 '로켓폭발사건'으로 반 총장에 대한 경호는 한층 강화됐다. 뉴욕에서 함께 온 밀착경호팀과 현지에서 합류한 경호팀은 물론 이집트 당국과 협조해 철저한 경호를 취하고 있다. 평소 반 총장에 대한 경호는 10여명으로 구성된 전담 경호팀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부인 유순택 여사에 대한 경호도 이들이 책임지고 있다. 이 중 2~3명으로 구성된 밀착 경호원이 반 총장을 근접 경호한다. 반 총장은 방탄차 2대를 번갈아 이용해 이동한다. 관저 수리가 끝날 때까지 임시로 머물고 있는 맨해튼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스위트룸에도 경호원이 상주해 있다. 공식 일정을 제외한 일정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말 그대로 국가원수급 경호가 이뤄진다.

그러나 해외순방 때 밀착경호는 유엔 경호원이 맡지만 전체적으로는 방문국에서 책임진다. 반 총장은 유엔 내 전용비행기가 없다. 해외를 순방할 때는 일반 항공편이나 유엔 평화유지군 항공기를 이용한다.

카이로(이집트)=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