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어느 나라의,어느 고객에게 가는지 알고 TV를 만드는 거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경북 구미에 위치한 LG전자 TV·모니터 공장. 100여m에 달하는 4개의 거대한 TV 생산 라인 사이로 유난히 짧은 라인 하나가 눈에 띈다. 작업 인원도 일반 라인의 5분의 1 수준인 12명. 작업 조끼 뒤쪽에는 '샛별'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구미공장에서 내로라하는 기술자들만 모여 있는 샛별 셀 라인. LG전자가 자랑하는 71인치 금장 PDP TV의 탄생지다.

"여기서 만드는 71인치 PDP TV는 미국에서 1만2000달러(약 1000만원)에 팔리는 프리미엄 제품입니다. 특히 주로 중동의 부자들이 좋아하는 금장 PDP TV는 한 대에 8000만원에 달하죠."

신현건 샛별 라인 반장의 자랑이다.

샛별라인은 2005년 TV만 25년째 만들고 있는 베테랑 신 반장을 비롯 구미공장에서 조립,조정,검사 등 모든 TV 생산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만 선발해 만든 '셀 생산 라인'이다. 평판TV 중에서도 소량만 주문받아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제품 전담 라인'인 셈이다.

신 반장은 "일반 라인에 소량만 생산하는 대형 제품을 끼워 넣으면 작업 전환 시간,자재 운반 시간 등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셀 생산으로 따로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샛별라인이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라인에서는 일반 라인에서 3∼5명이 해야 할 일을 한 명이 맡는다.'내 손으로 1대의 TV 완제품을 완성시킨다'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특히 신 반장을 빼고 '최고참'인 강진구 기장은 "일반라인에서 한 공정에서만 일하다 보면 내가 만드는 TV가 검은색인지 흰색인지도 모른다"며 "샛별라인 구성원들은 책임감과 장인정신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작업 속도도 놀라운 수준이다. 한 사람이 한 시간에 만드는 TV 대수를 나타내는 upph(unit per person hour) 목표 2.0을 이미 넘어 이제는 2.5대의 TV를 생산한다. 한 시간에 수천만원의 매출이 이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 라인에는 휴머니즘이 있습니다. 대량 생산 라인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에 대한 감동이 없죠. 여기서 일하다 보면 '고객이 이런 제품,이런 기능도 원하는구나'를 알 수 있어요.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죠."

이렇다 보니 샛별라인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다능공 육성제도를 통해 자신이 멀티플레이어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샛별라인에 들어오면 해외연수나 해외공장 지원 출장 등 모두가 부러워하는 갖가지 혜택을 최우선적으로 누릴 수 있다. 샛별 라인 12명 모두가 일본 도요타에 연수를 다녀 왔을 정도다.

구미=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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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생산 방식

소품종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기존 생산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하나의 독립된 셀(세포) 안에서 조립과 포장 등 모든 공정을 완료하는 생산방식.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 효율성을 높이고 인간적인 작업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일본 캐논이 가장 먼저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