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기스칸은 4명의 아들을 두었다.

그 중에서도 큰 아들 쥬치는 아버지와 함께 몽골제국 건설에 가장 많은 공을 세웠다.

어느 날 징기스칸은 아들을 불러 ‘제왕의 길’이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그는 첫번째 덕목으로 ‘자기절제’를 꼽으면서 “자만심을 누르는 것은 들판의 사자를 이기는 것보다 어려우며,분노를 이기는 것은 가장 힘 센 씨름꾼을 이기는 것보다 어렵다”고 비유했다.

징기스칸은 또 말을 너무 많이 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쳤다.

지도자는 행동으로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원로들의 조언도 결코 소홀히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800여년 전에 살았던 징기스칸이 21세기 살아가는 한국 지도자들을 위해 예비해 둔 수훈(垂訓)과도 같다.

대선이 올 정치행사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정치지도자의 덕목에 대한 얘기들이 부쩍 많아졌다.

정직,용서,사랑,여유,배려 등 관념적인 단어들이 총동원된 느낌이다.

혹여 질세라 고사들도 다투어 인용되고 있다.

‘최고의 선은 물처럼 흐르는 것’이라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든지 ‘높은 것은 아래를 기본으로 한다’는 ‘고이하위기(高以下爲基)’가 그것이다.

지도자들이 저마다 진정성을 강조하면서 국민속에 어필하려 하지만 쉽게 먹혀들지는 않는 것 같다.

아마도 ‘말따로 행동따로’의 이중성을 수없이 겪어왔기 때문이 아닌일 게다.

보다 못한 각계의 원로들이 이번만은 능력있는 대선후보를 가려내겠다고 나섰다.

국정운영 이해능력,글로벌 시장경제에 대한 판단능력 등 10대 덕목을 놓고 검증작업을 벌여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과거 시민단체들의 검증작업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으나 좀더 폭발력을 가졌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링컨은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좋아하는 인물이다.

정직함과 성실함,남을 용서하며 살았던 관용이 그의 정치역정에 점철돼 있기 때문이다.

어짜피 지도자의 덕목을 추가하는 김에 삶에 지쳐 사는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유머’를 하나 더 추가하면 어떨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