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성 감독의 '선생 김봉두'와 '여선생 VS 여제자'는 시골과 도시 학교에서 일어나는 교사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엮어낸 코미디물이다.

촌지만 밝히는 김봉두 선생,학업은 젖혀두고 미남 선생과의 연애에만 열중하는 여선생과 여제자는 우리 교육 풍토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일정 부분 반영했다.

그러나 이런 사회비판 의식은 늘 본성이 착하고 우스꽝스런 캐릭터들의 개과천선을 위한 장식물에 지나지 않았다.

영화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로 다가왔다.

장 감독의 신작 코미디 '이장과 군수'도 마찬가지다.

방폐장 건설이란 지역사회 이슈가 주인공들의 대립과 우정을 위한 도구로 등장하는 '캐릭터코미디'다.

시골 마을 초등학교 동창생인 춘삼(차승원)과 대규(유해진)가 20년 만에 같은 지역 이장과 군수로 재회한다.

그런데 과거 반장을 도맡았던 춘삼은 자신의 '꼬붕'이던 대규보다 낮은 이장이란 사실에 콤플렉스를 느낀다.

그는 대규의 일에 사사건건 딴짓를 걸다가 급기야 대규가 추진하는 방폐장 건설을 거부하는 시위 주동자로 나서 첨예하게 대결한다.

장 감독은 "합리적 해결 대신 쓸 데 없는 것에 정력을 소비하는 한국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았다"고 말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요소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쌍두마차는 고정관념을 비튼 이장과 군수 캐릭터다.

세련되고 훤칠한 미남 차승원이 촌티가 줄줄 흐르는 이장이다.

그는 트레이닝 바지를 아무렇게나 걸치고 단벌 남방을 입고 등장한다.

'가슴이 듬직하다'는 여자의 칭찬에 금세 단추를 풀어제칠 만큼 촌스럽다.

여기에 뻐드렁니와 단추구멍 만한 눈 등 생김새 자체가 해학(?)적인 유해진이 말끔한 복장의 근엄한 군수역으로 대비돼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잘 생긴 사람이 높은 지위를 차지해왔던 관행을 보기 좋게 뒤집어 웃음의 여지를 확대했다.

극중 이장과 군수는 두 배우의 열연 덕분에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인물들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너무 일상적이기 때문에 웃음의 진폭을 확장시키지 못했다.

가령 시위 도중 이장이 배탈로 설사하는 장면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방폐장 건설 반대 투쟁이란 특수한 상황에는 시위와 관련된 특수한 행동으로 웃음을 이끌어내야 했다.

그렇다고 이장이 시위 중 온 몸에 물을 뿌리고 분신 소동을 벌이는 장면도 설득력이 약하다.

방폐장 건설이란 진지한 논제 자체를 희화화함으로써 웃음이 불편해지고 말았다.

29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