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행이 '문제 있는' 북한 자금의 전달역을 거부하는 등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반환이 지연되면서 북핵 6자회담이 파행을 겪고 있다.

천영우 우리 측 6자회담 대표는 21일 "전혀 예상치 못한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베이징 댜오위타이 회담장에서는 100여명에 이르는 남북한과 미·중·일·러 6개국 대표단이 회담 일정 사흘간 이체 작업이 완료되기만을 기다리며 개점 휴업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미국은 지난 17일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를 마카오에 보내 BDA에 묶였던 북한 자금을 북한 조선무역은행의 중국은행 베이징 지점 계좌로 일괄 송금키로 합의했으나 문제는 중국은행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은행은 "북한 자금을 받았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각국 대표단을 만나 해명에 나섰으나,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돈을 돌려받아야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BDA에서 이체 준비를 마치는 데도 시간이 지체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BDA 북한 계좌는 50여개로,모든 예금주들이 직접 이체신청을 해야 하나 사망한 박자병 전 조광무역 총지배인 등 소유주를 수소문해 서류를 만드는 데만 이틀 이상이 걸렸다.

6개국 대표단은 회담 일정을 하루 연장,22일 비핵화 협상을 시도한다.

미국 측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북한 대표단과 얘기하고 있다"며 "우리는 비핵화 궤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북측도 BDA 문제가 풀리는 대로 핵시설 폐쇄 이후 불능화 단계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BDA 이체 작업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어 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신용만으로 일이 추진되지만 사회주의 국가에는 신용이 부족하다"며 "중요한 것은 실물"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