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상장사에 대한 1분기 실적 전망이 잇달아 하향 조정되면서 '1분기 장밋빛 전망'이 빛이 바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데 이어 1분기도 정보기술(IT) 자동차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 하락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금리 인상 등 제반 여건도 녹록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기업 수익 회복세는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속도'의 문제지 '회복 추세'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1분기 실적 전망 낮아진다

SK증권은 19일 135개 유니버스(기업분석 대상) 기업들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7%,6.3%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수치는 좋아졌지만 지난 연말 개선 전망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우종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철강 건설을 제외한 1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연말 12.0%에서 이번에 3.6%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분석 대상 기업들의 1분기 순이익도 예상과는 달리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센터장은 "세계 경기가 둔화 추세를 보이는 데다 중국도 성장 억제 정책을 펴고 있어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신영증권도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올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내놨다.

신영증권은 105개 유니버스 기업들의 올 순이익증가율이 13.7%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T부문의 이익 추정치 하향이 이뤄지며 이익증가율이 시장 컨센서스(15.0%)보다 낮게 나왔다"며 "시장 전망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적 개선 늦어지지만 추세는 유지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의 전망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가운데 2개 이상의 국내 증권사들이 실적 추정치를 제공한 91개사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11.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컨센서스 비해서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5%포인트,6.4%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또 금융업종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30대 대기업의 최근 3년간 실적에서도 2년 연속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곳이 삼성전자를 포함해 13개사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턴어라운드 시점도 1분기 후로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영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미 경기 조정 국면이 지속되고 있고 수출기업의 이익 상향 조정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예상 기업이익 회복은 당분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시 흐름 자체를 돌려 놓을 정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전 센터장은 "IT를 제외한 업종은 이미 1분기부터 영업이익 회복세가 뚜렷하다"며 "2분기부터는 영업이익 증가율이 두 자릿수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IT도 3분기부터는 호전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영업이익은 올해와 내년 각각 18.1%,14.5%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