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은 대선을 9개월 앞두고 대선 지형의 일대 변화를 예고한다.

손 전 지사는 정치권을 통틀어 지지율 3위에 오를 정도로 나름의 대중적 기반을 갖고 있다.

개혁성향이 강해 한나라당 소속이면서도 각종 여론조사서 범여권 주자 중 지지도 1위를 기록,범여권으로부터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아온 터다.

그의 궤도이탈이 범여권 대선후보를 겨냥한 것임을 추론케 하는 대목이다.

대선구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당장 한나라당은 개혁주자인 손 전 지사의 이탈로 이념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이탈은 당의 보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효과가 있다.

범여권에 대한 심각한 민심이반으로 오갈 데 없어 한나라당에 머물고 있는 중도진영의 표심이 한나라당을 등지는 결과로 이어질 개연성이 다분하다.

중도세력은 전체유권자의 10∼20%에 이를 것으로 정치권은 분석한다.

이들이 움직일 경우 한나라당의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범여권이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한나라당의 수구 보수성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한나라당의 이념문제를 쟁점화하고 나선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분열에 따른 실망감도 지지율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은 한나라당 '빅2'사이에 '완충지대'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한치의 양보없이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립이 첨예화하면 경선 양상에 따라서는 당이 극심한 분열상을 보일 개연성이 다분하다.

경선 흥행이 떨어지는 측면은 차치하고라도 자칫 당이 양분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의 '3각 구도'가 깨지면서 타격이 클 것이라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당내에 팽배한 것도 이와 맥이 닿아있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은 구심점없이 표류하고 있는 범여권의 재편을 가속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통합논의에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추진모임 등 범여권이 그간 손 전 지사의 탈당을 촉구해온 것은 손 전 지사의 결단이 범여권의 대통합 논의에 물꼬를 터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였다.

손 전 지사가 '비(非)열린우리당-반(反)한나라당'을 기치로 내건 전진코리아와 열린우리당 탈당파 등과 손잡고 범여권 세력결집에 나설 경우 열린우리당 내 집단탈당 움직임이 재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벌써부터 "손 전 지사가 탈당 후 제3지대를 형성하면 그 곳이 지각변동의 진앙지가 될 것"(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