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1년 수학실력이면 이해

19세기 독일의 리만(Bernhard Riemann)은 '리만가설'이라고 이름 붙은, 정수론에서 유명한 문제를 발견했다.

리만이 자신의 가설에 대해 쓴 논문은 놀랍게도 단 하나뿐이고 몇 쪽 되지 않는다.

리만가설에 현상금이 붙기 전에는 리만은 평행선이 존재하지 않는 비(非) 유클리드 기하학의 창시자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최근 번역돼 나온 '소수의 음악'(마르쿠스 듀 소토이 지음, 고중숙 옮김, 승산)은 리만가설에 대한 책이다.

현상금 100만달러가 붙은 수학문제를 푼다는 것은 사실 가장 힘들게 돈 버는 방법이다.

평생 노력해도 현상금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페르마의 문제처럼 수백년이 지나서야 해결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학의 역사에 불멸의 이름을 남기는 확실한 방법이다.

독자를 위해 얼마 전에 나온 책 '리만가설'과 비교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리만가설'도 수학자가 쓴 책이지만, 저자가 리만가설 쪽을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리만가설'에서는 '소수의 음악'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리만가설 이야기를 최대한 수학적으로(허걱!) 설명하려고(가르치려고!) 했다.

반면 '소수의 음악'의 저자는 정수론을 연구하는 수학자인데, 일반인에게 그가 보고 들었던 것을 조금씩이라도 이야기해주려고 수학자들에게 물어보고 일일이 확인받아서 쓴 책이다.

감사의 글에 나오는 많은 수학자들은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며, 가장 최근의 연구 결과까지 소개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19세기 이후 현재까지 정수론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내가 본 유일한 '현대 정수론의 흐름'이다.

수학 전반을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수학의 역사에 관한 거의 모든 책에서는 17~18세기까지만 다루고 있다.

사실 고등학교 수학을 까맣게 잊은 일반인에게 리만가설을 설명하는 것만도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많은 부분을 대략 비슷하게 묘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저자가 의도한 대로만 이 책을 읽으려면 고등학교 1학년 수학 실력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인은 재미있는 이야기책으로 여기고 읽으면 좋고, 고등학생이나 수학과에서 정수론을 전공하지 않는 대학생이라면 편안하게 읽히는 곳까지 보면 된다.

막히거나 더 자세히 이해하고 싶으면 '리만가설'과 조금 더 수학적으로 설명한 책을 찾아보는 편이 좋다.

잘 이해되지 않는 세세한 부분은 독자가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수론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두 권의 책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며 우수한 학생은 '소수의 음악'을 두 번은 읽을 것이다.

이미 합동식을 배운 학생을 위해 도움말을 하자면, 책에서 '시계 계산기'라고 부른 것은 법(modulo) 연산을 뜻한다.

시계는 'modulo 12' 또는 'modulo 60'이므로.

그리고 책 앞부분에 리만가설이 증명되었다는 이야기는 만우절 거짓말이었다고 조금 더 읽어보면 나온다.

한상근 KAIST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