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 K공무원전문학원 4층.70여평의 동영상 강의실이 영어 특강을 듣기 위해 몰린 200여명의 학원생들로 빼곡하다.

이들 중에는 고교생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인문계 고교를 자퇴한 홍상희양(18·인천시 계양구)은 "부모님이 권해 시작했는데,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자퇴 직전 반에서 3위권에 들었다.


#2 같은 날 낮 12시 동작구 노량진1동의 N경찰전문학원.300여명의 학원생들이 온·오프라인 동시 중계 '형법' 강의에 몰두해 있다.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한 시간 전부터 강의실 앞에 줄을 서 있던 이성진씨(27·경북대 무역학과 3년 휴학)는 "지방대학에는 나 같은 올인 공시족들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공무원시험 2년차 윤미래씨(22·S대 회계학과 3년 휴학)는 "(서울시 공무원 3% 퇴출 소식을) 듣긴 했지만 솔직히 합격만 한다면야 30%쯤 자른다 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울산시 등 지방 공무원 사회에서 '퇴출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지만 공무원 시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공무원시험을 전업으로 삼는 이른바 '공시족(公試族)'이 늘고 있는 것.6~7년 전만 해도 30만~40만명으로 추산됐던 공무원시험 준비생은 올해 100만명(학원가 추정) 선으로 폭증한 상태다.

취업난에 '안정적' 이미지가 맞물리면서 일반공무원(국가직 및 지방직)을 비롯 검찰,경찰,교원 등 전방위로 관심권이 확장된 결과다.

국가직 9급시험(4월14일) 등 공무원 시험철을 맞은 서울 노량진 등 공무원시험 전문 학원가는 팽팽한 긴장감만 흐를 뿐 학원 밖 '무능 공무원 퇴출 회오리'와는 딴판이었다.

종로 3가의 한 전문학원에서 만난 주부 정혜진씨(가명·29세·H사 사장비서)는 "비서정년을 3년쯤 뒤로 보고 준비 중"이라며 "야간반에는 4년제 공대 출신 직장인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시험의 '국민고시화'는 최근 마감된 주요 공무원시험 경쟁률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18일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내달 14일 필기시험을 앞두고 있는 국가직 9급 공무원시험은 2888명 모집에 18만6478명이 지원해 64.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 응시자 수를 기록했던 지난해(18만7562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요 부문 경쟁률은 천정부지다.

100 대 1을 넘긴 부문이 행정전국 153.7 대 1,교육행정 475.3 대 1,공업화공 213.7 대 1 등 22개 직렬 중 8개에 달했다.

특히 시설건축은 4명 모집에 2575명이 몰려 무려 645.8 대 1을 기록했다.

최근엔 경찰공무원이 일반공무원에 비해 보수면에서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인기 직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부산지방경찰청의 경우 남자순경 94.3 대 1,여자순경 90.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지원자 수와 비교하면 남자는 9.8%,여자는 15.4% 늘어난 수치다.

신체 조건,체격 등 제한 요소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공무원의 수백대 1에 해당한다는 것이 경찰전문학원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여자응시자는 대학원생 4명(0.6%)을 포함해 전체의 89.6%가 전문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다.

국가공무원경찰학원 최태순 본부장은 "경찰직 보수가 일반 9급 공무원에 비해 월 3만~4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높은 것으로 안다"며 "게다가 아직은 퇴출바람에서 비껴나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량진 E고시학원의 노종태 상담실장은 "4만7000여명에 달하는 의무경찰이 단계 폐지될 예정이어서 향후 5년간 매년 1만명가량의 대체 경찰인력이 필요하다"며 "일반공무원시험에서 경찰공무원으로 전과하는 수험생도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