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고 명랑한 어린이를 유괴해 살해한 동기는 결국 돈 때문이었다.

견인차량 기사인 이모(29)씨는 지난 11일 오후 2시 30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모 아파트 앞에서 박모(8.M초교 2년)군을 유괴한 뒤 박군 부모에게 1억3천만원을 요구했다.

이씨는 인천 연수구 연수동에 24평짜리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금융권으로부터 대출받은 1억원, 지입 견인차량을 구입하면서 1천만원, 이밖에 유흥비 등 모두 1억3천100만원의 빚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의 2년제 대학 중퇴 뒤 4년간 자동차 정비 일을 하다가 견인차량 운전을 하게 된 이씨는 견인차량 일감이 없어 수입이 마땅치 않자 유흥주점 등지를 전전하며 사채로 빌린 수천만원을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정적인 수입도 없는데다 빚독촉이 심해져 괴로워하던 이씨는 범행 3일 전에는 채무문제로 부인과 크게 싸우며 범행을 결심한 것 같다고 경찰은 밝혔다.

빚독촉에 시달려 범행했다고 하지만 11개월짜리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는 저지를 수 없는 너무나 끔찍한 범행이었다.

이씨는 유괴 직후 박군을 포장용 테이프로 꽁꽁 묶었다.

입을 막을 때도 테이프를 뒤통수까지 돌려서 묶었으며 손과 발도 꽁꽁 묶었다.

부모에게 들려줄 박군의 목소리를 녹음할 때만 잠시 박군 입의 테이프를 벗겨 줬을 뿐이었다.

이씨는 12일 오전 0시 10분 박군 시신을 유수지에 버린 이후에도 9차례 더 협박전화를 걸어 돈을 독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2번은 `아빠 보고 싶어요', `아빠 (집에) 나 데려다 준데' 등 숨진 박군의 생전 목소리를 녹음기로 들려주며 돈을 요구, 박군 부모에게 살점을 도려내는 아픔보다 더 큰 아픔을 줬다.

이씨는 당시 공중전화를 걸고 차량에 돌아와보니 박군이 숨져 있었다며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리 준비한 포대자루에 박군 시신을 싸서 차디찬 유수지에 던져 버린 것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

이씨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이가 그렇게 될 줄 몰랐다"며 "아이 가족에게 죄송하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아이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씨가 검거된 직후 곧바로 아이의 행방을 자백했어야 했는데 10시간 가량이나 범행을 강하게 부인했다"며 "자식을 가진 한 부모로 이런 범죄를 접할 때 마다 씁쓸한 마음만 들 뿐이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이광빈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