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부처가 때 아닌 '자리 늘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딱히 서둘러 조직을 키우고 자리를 늘려야 할 이유는 많지 않은데도 정권 말기의 느슨한 분위기를 틈 탄 공무원들의 '제 밥그릇 찾기 버릇'이 다시 도진 셈이다.

정부 조직은 한 번 늘리면 다시 줄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난이 일고 있다.

정부는 13일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국무회의를 열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요청한 조직 확대 및 공무원 증원안을 의결했다.

재경부는 이에 따라 국고국에 '국가채무관리과'와 '출자관리과'등 2개과를 신설하고 공무원 5명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재경부는 또 경제협력국 통상기획과를 '자유무역협정(FTA)총괄과'로 확대 개편해 공무원 5명을 늘리는 방안을 국무회의 안건으로 조만간 상정할 방침이다.

금융정책국에 서민금융과를 두는 방안에 대해서도 행정자치부와 협의 중이며,정책조정국에는 부동산팀을 별도로 둘 예정이다.

재경부는 이에 앞서 재정경제부령을 고쳐 관세협력과를 '양자관세협력과'와 '다자관세협력과'로 개편했다.

기획예산처는 고위공무원단 '나'급에 해당하는 공공혁신본부장을 '가'등급직(1급)으로 바꾸고 밑에 2개국 4개과를 신설하는 방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기획예산처 공무원 수는 이미 지난해 말보다 45명 늘어난 상태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12일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지식서비스팀을 신설했다.

새로운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 부처는 또 임시조직으로 운영해온 재정기획팀과 홍보지원팀,알제리-아제르바이잔팀을 상설화하기로 했다.

이런 조직개편을 통해 산자부 정원은 10명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한·미 FTA와 관련해 국제통상협력관(국장급직)을 신설하고 건강보험과 관련된 2개팀(약제비관리팀,건강보험분쟁조정팀)과 사회서비스혁신사업단 밑에 기획팀 등을 신설키로 행자부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1개국 3개팀이 늘어나 인원이 26명 증가하게 된다.

복지부는 이와 별도로 태스크포스팀인 사회서비스혁신사업단장을 아예 국장직으로 만들고 그 밑에 2개팀을 더 두는 문제를 행자부와 협의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출자총액제한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사후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시장조사실(가칭)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가 시작되진 않았으나 출총제 완화에 따른 사후 규제를 강화하는 조직이 연내에는 구성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달 감독정책1국에 복합금융과를 신설,사무국 내 과를 기존 10개에서 11개로 늘렸으며 건설교통부는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하는 주택본부 설립안을 행정자치부를 통해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FTA국을 이달 말 FTA추진단(실)으로 확대 개편하고 과를 4개에서 7개로 늘릴 예정이다.

FTA추진단은 1국(FTA정책과 지역교섭과 이행과)과 2국(상품양허과 상품규범과 서비스교섭과 신규범과)으로 구성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뒤 4년 동안 공무원 수가 4만8000명이나 늘어났고,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로 전환돼 공무원 숫자에서 제외된 것까지 감안할 경우 공무원 수는 사실상 8만명이나 증가했는데도 공공부문의 팽창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공무원 수는 외환위기를 맞았던 '국민의 정부(김대중 대통령)'시절에 줄어들었을 뿐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대해 김광웅 서울대 교수(행정대학원)는 "정부 부문을 확대하고 공무원 숫자를 늘린다고 해서 국민이 편안해지고 만족해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 말라(공무원 늘리지 말라)고 말을 해도 오불관언(吾不關焉)인데,정부가 국민의 불만을 어떻게 해소할 생각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승윤/박수진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