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우회상장한 기업들의 실적이 대부분 당초 기대와는 달리 우회상장 이전보다 나빠지고 주가도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우회상장 종목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12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에 우회상장한 29개사의 우회상장 전(2004년)과 우회상장 후(2006년)의 실적 및 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흑자를 냈거나 현 주가가 우회상장일 당시보다 높은 기업은 17.2%인 5개사에 불과했다.

이들 29개사는 장외 기업이 합병,포괄적 주식 교환,주식 스와프,영업 양수 등의 방식으로 장내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사례에 해당된다.

2006년에도 45개사가 우회상장했지만 합병 등의 기간이 짧은 데다 영업권 상각비용 등으로 인해 실적을 제대로 평가하는 데 문제가 있어 분석에서 제외했다.

◆악화된 실적

우회상장 29개사 중 지난해 흑자를 낸 회사는 유진로봇 티모테크놀로지 예당온라인 유비프리시젼 소프트포럼 등 5개에 그쳤다.

이들 중 흑자를 이어간 유비프리시젼을 제외한 4개사는 적자를 흑자로 바꿔놓는 등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또 우회상장사 중 2004년에 비해 적자폭이 줄어든 기업은 소프트랜드 닛시엔터테인먼트 케이디엔스마텍 제이에스픽쳐스 피델릭스 등 5개였다.

나머지 업체는 적자폭이 더 커졌거나 적자 전환했다.

스타엠 쓰리소프트 이큐스팜 하이쎌 등 4개사는 아직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도 2004년에 모두 흑자였지만 지난해는 3분기까지 적자를 내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9개사 중 68.9%인 20개사가 2004년에 비해 실적이 나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소프트랜드 굿이엠지 제넥셀세인 뉴로테크파마 미디어코프 현원 제이엠피 등은 매출이 줄고 적자는 커졌다. 튜브픽쳐스 굿이엠지 제이엠피 닛시엔터테인먼트와 케이디엔스마텍 등 5개사는 2년 연속 경상손실 규모가 자기자본의 50% 이상을 초과했거나 자본잠식률이 50%가 넘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처해 있다.

대한바이오링크는 2년 연속 매출액이 30억원에 미달돼 지난해 이미 상장폐지됐다.

◆주가도 대부분 반토막

실적이 악화되면서 주가하락폭도 컸다.

합병,포괄적 주식 교환 등을 실시한 기준일과 12일 종가를 비교한 결과 주가가 오른 업체는 쓰리소프트 예당온라인 제넥셀세인 유진로봇 티모테크놀로지 등 5개에 그쳤다.

반면 상장폐지된 대한바이오링크를 제외한 23개 종목은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튜브픽쳐스가 89.9%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어 라이프코드(83.2%) 굿이엠지(80.4%) 현원(75.4%) 케이앤엔터테인먼트(66.2%) 등 엔터테인먼트와 바이오업체들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이큐스팜을 제외한 22개사의 하락률은 모두 30%를 넘어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05년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 열풍 속에 우회상장한 업체는 대부분 코스닥시장에서 증자와 사채 발행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지만 실적은 오히려 나빠졌다"며 "우회상장 기업들이 코스닥시장 부실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