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관우가 술이 채 식기도 전에 화웅의 목을 베는 모습,유비가 삼고초려로 제갈량을 영입하는 장면….

소설 '삼국지'의 명장면들이다.

그러나 중국 정사(正史)에는 이러한 기록이 없다.

작가가 소설적 재미를 위해 지어낸 것일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삼국지'는 나관중의 소설 '삼국연의(三國演義)'이며 정사는 진수가 편찬한 '삼국지(三國志)'다.

나관중 소설 '삼국연의'의 모본인 진수의 '정사 삼국지(正史 三國志)'(김원중 옮김,전4권,민음사)가 완역돼 나왔다.

'정사 삼국지'는 난세라고 불리는 후한 말의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시작으로 삼국 정립,후한에서 위(魏)로 정권 이양,촉(蜀)의 멸망,위에서 진(晉)으로 정권 이양,오(吳)의 멸망까지를 아우르는 역사 총서다.

그래서 '사기''한서''후한서'와 함께 중국 고대사를 대표하는 네 역사서로 꼽힌다.

번역을 맡은 김원중씨는 "그동안 정사가 번역돼 나오지 못한 탓에 식견 있는 독자들마저 '삼국연의'를 정사인 것으로 오인할 만큼 '정사 삼국지'는 소설 '삼국연의'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삼국연의'의 허구와 과장으로 인해 왜곡된 역사를 진실인양 받아들여 온 점이 더 큰 문제라고 김씨는 지적했다.

소설 속 왜곡된 역사의 바탕에는 촉한정통론(蜀漢正統論)이 자리잡고 있다.

원말 명초를 살았던 나관중은 한족이 몽골족에 지배당하는 현실을 비통해 했고,이는 한(漢) 황실을 계승한 유비의 촉나라에 정통성을 부여한 촉한정통론으로 이어졌다.

문치(文治)의 제왕으로 정사에 기록된 조조(曹操)가 소설에서 극악무도한 인물로 그려지고 유능한 정치가이기는 해도 군사는 잘 쓰지 못했던 제갈량이 신출귀몰한 군사전략가로 변신한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던 것.'위서''동탁전'에서 뛰어난 장군이자 개혁가의 면모를 보인 동탁은 단지 변방 출신이라는 이유로 소설에서는 희대의 패륜아로 매도되기도 했다.

'정사 삼국지'에는 '위서''동이전'에 소개된 부여,고구려,옥저,예,한 등 우리 조상의 역사와 관구검이 고구려를 침략한 일,사마의가 공손연을 토벌할 때 고구려에서 수천명을 보내 지원한 일 등 한국 고대사 관련 자료도 많이 담겨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