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한명숙 총리의 사퇴에 맞물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청와대와 행정부의 '얼굴'이 동시에 바뀜에 따라 내각과 비서실 진용은 이제 임기 말 관리체제로 변모하게 됐다.

신임 총리와 비서실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부분 개각과 함께 비서실 추가 개편도 예상된다.

◆한덕수 카드로 FTA 정면돌파

한명숙 총리 후임으로 한덕수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인사추천회의를 거쳐 9일께 새 총리 지명자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한 전 부총리는 참여정부 들어 국책연구기관장인 산업연구원장,국무조정실장,경제 부총리,총리 직무대행을 거치는 등 줄곧 내각의 요직을 맡았다.

이처럼 국정 전반에 정통한데다 현재 한ㆍ미FTA체결지원위원장을 맡고있어 임기 말 총리에게 요구되는 치밀한 정책관리 역량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정부 소식통은 "후보에 오른 3명 모두 총리 후보로서 손색이 없지만 김우식 부총리나 전윤철 감사원장의 경우 현직에서 이동할 경우 부분 개각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실무ㆍ행정형이라는 기조면에서 한 전 부총리쪽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과학기술행정에 더욱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최근 청와대에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 감사원장의 경우 총리로 발탁할 경우 후임을 인선해야 하고,총리 국회 인준에 이어 감사원장 국회 인준 절차까지 거쳐야 하는 절차적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체제로 임기말 돌파

신임 비서실장 임명은 내주 중 이뤄질 전망이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비서실장 사퇴시기는 이달 중순이며 개헌안 발의는 그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비서실장의 교체는 개헌 문제가 가닥이 잡힌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보다 앞당겨진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헌법개정안 시안이 골격을 갖추고 개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궤도에 오르면서 개정안의 국회 처리와 무관하게 이 실장이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또 노 대통령의 탈당을 계기로 임기 말 구상의 가닥이 잡히면서 비서실장을 조기에 바꾸는 쪽으로 방향이 선회했다.

신임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해 5월 청와대를 떠나면서도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컴백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을 정도로 노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최측근이다.

김병준 정책기획위원장과 신계륜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비서실 내 일부 수석 등 참모진의 교체가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하지만 전해철 민정,박남춘 인사수석,이호철 국정상황실장,윤태영 연설기획비서관 등 핵심 참모들은 임기 말까지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