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의 상승은 일단 수출업체들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최근처럼 원·엔 환율이 원·달러 환율보다 가파르게 상승한다면 해외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는 국내 업체들로선 가격경쟁력 면에서 유리해 진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 급등 원인을 따져볼 때 무조건 호재로 반길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금의 원·달러 및 원·엔 환율 상승은 과도한 엔캐리트레이드(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다른 통화표시 자산에 투자)의 정리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인 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엔 긍정적,내수엔 부정적

그동안 국내 수출업체들은 지속적인 환율 하락으로 고충을 겪어왔다.

한국은행이 최근 작성한 '원화 강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경공업 제품의 수출물량은 2004년 3.7% 증가했으나 2005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고 가전제품도 2005년 이후 수출 물량 증가세가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승용차는 2004년 36.5%의 수출 물량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2005년 10.1%로 둔화됐고 지난해엔 증가율이 7.8%에 그쳤다.

환율 하락으로 해외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이 그만큼 악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율 상승은 수출 업체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특히 원·엔 환율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면 자동차 등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는 분야에선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일본에서 기계나 부품을 수입하는 대일 수입 업체들 입장에선 수입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불리해진다.

환율 상승이 수출 업체들엔 유리하지만 지나치게 급변동할 경우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캐리트레이드가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청산되면서 일부 펀드 부실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경우 수출 업체가 환율 수혜로 얻게 되는 이익보다 수출시장의 경기 침체가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엔화대출 환리스크 가중


내수 업체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입품의 단가 상승으로 국내 물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내수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시장엔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그동안 개인사업자들이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부동산 매입 등에 사용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2003년과 2004년 말 엔화대출 잔액은 각각 320억엔과 360억엔에 불과했으나 2005년 말 1093억엔으로 급등했고 2월 말 현재 잔액은 1814억엔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엔화대출 금리가 낮지만 원·엔 환율이 급등해 환차손이 생길 경우 엔화대출 자금이 부동산시장에서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