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브랜즈(옛 쌍방울)가 지난달 론칭한 남성 셔츠·타이 브랜드 알렌 테이크 1호점을 서울 이화여대 앞에 냈다.

역시 남성용 의류와 액세서리가 주력인 발렌타인의 '닷엠'도 지난해 12월 같은 상권에 20평대 대형 남성 의류 숍을 열었다.

이들은 'STCO(에스티코)''앤드류스타이''셔츠 스튜디오' 등 이대 상권에 자리 잡고 있는 기존 점포들과 '남성 토털 코디' 시장을 놓고 격전을 벌이게 됐다.

이대 상권이 남성용 셔츠·타이 전문점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여대 앞이지만 남성 중심의 오피스 상권보다 장사가 잘된다.

STCO 이대점은 지난해 8평짜리 매장에서 한 달 평균 4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울 명동 강남역 등 A급 상권에 위치한 20평대 대형 매장들의 월 매출(1억원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평당 매출은 전국 140여개 매장 중 최고 수준이다.

알렌 테이크 이대점도 수많은 남성 직장인들이 오가는 서울 종각역 인근 2호점보다 하루 평균 매출이 35%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대 상권은 등·하교 때 오가는 여학생들에다 보세 의류숍,미용실 등을 찾는 여성들이 몰려 유동 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

김영란 트라이브랜즈 마케팅실 과장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20~30대 남성들은 좀처럼 혼자 옷을 사러 오는 법이 없다"며 "여자 친구를 따라 여성 중심 상권에 와서 파트너가 골라 주는 옷을 구입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남성의 의류 코디에 젊은 여성들이 막강한 파워를 행사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알렌 테이크가 지난달 10일부터 한 달간 전국 5개 신규 매장의 입점 고객 현황을 분석해 본 결과 손님의 68%가 남녀 커플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끼리 와서 남편이나 남자 친구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경우가 26%였고 남자 홀로 매장을 찾는 경우는 6%에 불과했다.

온통 남성용 의류와 액세서리뿐인 STCO의 매출도 절반 이상이 여성 고객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성 전용 제품이라 할지라도 마케팅 주 타깃이 여성에게 맞춰지고 있다.

남성 화장품 분야에서 전문 브랜드(미스쾌남 등)가 점차 사라지고 여성 화장품의 서브 브랜드(헤라 옴므,오휘 포맨 등)로 편입된 것.남성 화장품을 별도로 내놓는 것보다 여성용에 딸린 제품으로 시판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여성 화장품 브랜드의 '옴므 라인'은 향기까지도 여성들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향을 넣었다.

남성 화장품 광고도 여성 잡지로 몰리고 있다.

라네즈 옴므는 이달 들어 여성 패션잡지 7개에 탤런트 조인성을 모델로 각각 4페이지 분량의 광고를 실었다.

남성용 화장품인 데도 남성들이 즐겨 보는 시사주간지 등에는 광고를 싣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본점 화장품 매장에서 남성 화장품을 구입하는 고객의 60%가 여성"이라며 "때문에 최근 여성들에게 친숙한 헤라,라네즈 등에 별도로 '옴므 라인'을 만들었더니 지난달 남성 화장품 매출이 전년보다 35% 늘었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